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해외 순방 입출국 시 '에코백 안에 샤넬백을 넣었다'는 막무가내식 의혹 제기에 비판이 일자, 이에 동참했던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당 글을 삭제했다. 사과는 없었다.
민 의원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실이든 아니든 시민 눈에 그리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김건희 여사를 향해 제기된 거짓 의혹을 그대로 옮겼다.
앞서 박영훈 민주당 청년미래연석회의 부의장은 지난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 여사의 사진을 올리며 "에코백 속에 숨겨진 가방은 샤넬 명품 가방, 캐비어 코스매틱 케이스 미듐 2-WAY 515만원"이라고 썼다. 그러나 사흘 뒤인 17일, "김건희 여사의 에코백 속 가방 또는 파우치는 샤넬의 제품이 아님으로 보인다"는 글을 남기고 직전 글을 슬그머니 삭제했다.
이 같은 민주당 청년 정치인의 행보에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졌지만, 민 의원은 오히려 '그리 보이는 이유가 있다'면서 "혹여나 물 젖을세라, 행여나 때 묻을세라, 작은 스크래치라도 막아보겠단 여사님의 명품 사랑으로 읽힌다. '국모'로 존경받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사님의 명품사랑, 그 절반의 절반이라도 나라와 시민에 쏟아주기 바란다"며 "최소한 시늉이라도 좀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덧붙였다.
민 의원의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에 여권은 십자포화를 가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치고 빠지는 속칭 '떴다방'식 유형과 흡사하다"며 "민주당은 조작이 전문이고 습관인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무조건 내지르고 보자는 식"이라고 일갈했다.
이용 국민의힘 의원도 19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가짜 뉴스가 사실이건 아니건 중요치 않다는 (취지의) 말에 굉장히 놀랐다"며 "선출직 국회의원으로서는 무책임한 말"이라고 꼬집었다.
여권은 물로 야권 지지층에서까지 비판이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을 이르는 소위 '개딸'(개혁의 딸)들이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 '블루웨이브'에는 이날 '민형배 의원분, 확실한 증거로 지적을 해야 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사용자는 "에코백에 그 조그마한 부분을 지적하면, 국민의힘에 빌미만 주게 된다"며 "지적을 하려면 언제나 정확한 사실과 팩트로 노련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여야 안팎의 이러한 지적에 '사실이든 아니든' 게시물을 삭제했다. 다만, 별다른 사과의 말은 남기지 않았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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