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 수술에 혁명을 일으켰다’는 평을 듣는 미국 메디컬마이크로인스트루먼츠(MMI)의 수술 로봇 심마니가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에 상륙했다. 국내 의료진이 기기 개발에 참여한 데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용 임상 연구를 주도하면서다. 이 로봇으로 머리카락 굵기와 비슷한 직경 0.3㎜ 혈관 등을 잇는 수술을 할 수 있어 림프부종, 당뇨병성 족부 병변(당뇨발) 수술 등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탈리아 연구진이 2017년 개발한 심마니 가격은 대당 90만유로(약 13억원)다. MMI는 서울아산병원에 이 기기와 나노 로봇팔을 무료 공급했다. 조만간 기기를 한 대 더 보낼 예정이다. 홍 교수가 5년째 개발에 참여한 데다 이 기기를 활용해 의사 교육 지침(프로토콜)을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어서다.
홍 교수는 “세계 최초로 기기를 활용해 마우스 모델 450마리의 혈관 수술을 시행할 계획”이라며 “의사들이 숙련되려면 얼마나 연습해야 하는지 등을 확인한 뒤 세계 의료진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MMI는 심마니 트레이닝센터를 한국에 짓는 방안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 등 기존 로봇수술 기기는 대다수 의사가 할 수 있던 수술 범위에 정교함과 편의성 등을 더하는 목적으로 활용됐다. 반면 심마니는 상당수 의사가 하지 못하던 수술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대중화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미세수술 분야에선 현미경 기술이 한 단계 성장한 2000년대 초반 이후 20여년 만에 가장 큰 변화라고 홍 교수는 분석했다.
온몸에 퍼진 림프관, 가는 혈관 등을 잇는 수술을 하려면 의사가 정교한 기술을 익혀야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혈관을 현미경으로 보면서 한 땀씩 꿰매려면 손 떨림과 실수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이런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는 10명도 되지 않는다.
로봇의 보정 기능을 통해 손 떨림을 20분의 1 수준으로 줄여준다. 심마니 동물실험에선 미세수술 주요 합병증인 혈전증 위험을 50% 낮췄다. 올해 미 식품의약국(FDA) 시판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허가를 위한 준비 절차에도 들어갔다. 순조롭게 진행되면 2025년께 환자 치료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기 개발에 참여한 홍 교수는 해외에서 ‘미세수술의 신’으로 불린다. 그는 대부분 절단하는 당뇨발을 수술로 살려 환자 회복을 돕고 있다. 하지 재건 분야에선 세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전문가다. 그는 “로봇 수술이 보편화하면 외상으로 재건 수술이 필요한 환자와 암 환자, 만성질환자 등이 혜택을 받아 외과 수술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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