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에 등장한 자율주행차가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구글 계열 웨이모, 제너럴모터스(GM) 소속 크루즈 등 자율주행 기술 전문 기업이 자율주행 택시를 시범 운행 중이다. 이들 택시는 날렵한 외형의 키트와는 좀 다른 모습이다. 지붕엔 갓을 연상케 하는 대형 라이다(LiDar) 장치를 얹었고 전후면에도 카메라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하지만 도로에선 제법 자연스럽게 일반 차들과 어울려 다닌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율주행 택시를 호출해 타보는 것은 특별한 일상이 됐다.
미국 테슬라가 ‘디자인이 투박하고 품질이 떨어진다’는 악평에도 전기차 맹주 자리를 지키는 것도 자율주행 기술의 힘이 크다. 테슬라 차량에 기본 장착된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 ‘오토파일럿’은 다른 완성차 업체의 기능보다 월등히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넘사벽’으로 불리는 건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FSD: full self driving)’이란 이름을 붙여 차주들에게 판매하는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이다. FSD 장착 차량은 미국에서 신호를 인식하고 좌·우회전도 스스로 한다. ‘신세계를 경험하게 한다’는 소감이 많다.
테슬라의 과제는 자율주행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는 것이다. FSD란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진짜 레벨5(운전자 개입 없이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 자율주행) 수준의 기술을 최대한 이른 시점에 서비스하는 게 목표다. 그래서 자율주행용 반도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테슬라는 2~3년 뒤 레벨5 수준의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HW 5.0’ 자율주행 칩을 개발 중인데 생산은 삼성전자가 맡게 된다. 2025년께엔 ‘메이드 바이 삼성’ 칩을 장착한 현실판 키트가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황정수 산업부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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