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9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인 켄터키함을 시찰했다. 42년 만에 한국에 기항한 SSBN을 직접 찾아 한·미 안보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하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평가다. 미국 우방국 정상 가운데 SSBN을 방문한 것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부산에 기항 중인 켄터키함을 찾아 “한국과 미국은 핵협의그룹(NCG) 논의와 SSBN 등 전략자산의 정례적 전개를 통해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압도적이고 결연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NCG 1차 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는 “북한이 핵 도발을 꿈꿀 수 없도록 하고, 만일 북한이 도발한다면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임을 분명히 경고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의 안내를 받아 약 40분간 켄터키함 내부의 지휘통제실, 미사일통제실, 미사일저장고 등을 둘러봤다. 켄터키함 함장으로부터 핵잠수함 능력도 보고받았다. 윤 대통령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핵전략자산을 직접 눈으로 보니 안심된다”며 “이번 켄터키함 전개는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 양국의 의지를 잘 보여줬다”고 말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SSBN이 40여 년 만에 한국을 찾은 것은 대한민국 방어를 위한 미국의 철통같은 공약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 해군작전사령부로 자리를 옮겨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해군작전사령부의 구호인 ‘위 세일 투게더(We sail together)’를 장병들과 함께 외치기도 했다. 이어 지휘통제소에서 군 작전대비태세를 보고받고 “앞으로도 한·미 간 긴밀히 협력해 굳건한 한·미연합방위태세 확립에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또 “평화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진정한 평화는 한·미동맹의 압도적이고 강력한 힘으로 보장될 수 있다”며 “군 통수권자로서 우리 장병을 굳게 신뢰한다”고 격려했다.
이날 윤 대통령이 시찰한 SSBN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와 함께 미국의 ‘핵3축’으로 불리는 병기다.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전략자산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미국은 켄터키함을 포함해 오하이오급 SSBN을 14척 운용하고 있다. 오하이오급 SSBN은 수중 배수량 1만8000t, 선체 길이 170m, 폭 12m 규모로 미국 잠수함 중 가장 크다. 과거 냉전 시기 공산권을 대표하는 옛 소련의 타이푼급 전략핵잠수함과 경쟁했던 자유진영 잠수함으로도 유명하다.
잠수함마다 약 20발의 ‘트라이던트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실을 수 있다. 이 미사일 한 발에는 서로 다른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8~14개가 장착된다. 오하이오급 잠수함 한 척에 탑재된 핵탄두의 위력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1000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켄터키함이 핵무기를 탑재한 상태로 기항했는지에 대해 주한미군 관계자는 “핵무기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거나 부인하지 않는 게 미 정부의 정책”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SSBN 시찰은 이날 새벽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이날 오전 3시30분~3시46분께 평양 인근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한·미 NCG 회의 개최 및 SSBN인 켄터키함 전개 등에 반발해 도발을 감행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병욱/김동현/부산=맹진규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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