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30도 창고에서 14일간 '꽁꽁'…신선한 비결 여기 있었네 [최형창의 中企 인사이드]

입력 2023-07-24 08:00   수정 2023-07-24 08:03

지하 250m에서 올라온 물은 탱크로 향했다. 물탱크에 저장된 물의 온도는 20℃. 약 3초간 냉각기를 거치면 물의 온도는 7℃에 맞춰진다. 만반의 준비를 마친 물은 삽시간에 500g씩 비닐팩에 포장됐다. 공정 마지막 단계에 대기중인 박스에는 팩 42개가 담긴다. 박스가 팰릿 위에 쌓이면 지게차가 실어서 냉동창고에 넣는다. 창고 안의 온도는 -30℃. 더위를 잊고자 잠깐 들어갔다간 10여초 만에 사지가 얼어붙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지난 21일 방문한 충북 음성 바인컴퍼니 본사 겸 생산공장에서는 꽁꽁 언 아이스팩을 수도권에 보내기 위해 쉴 새 없이 기계가 돌아가고 있었다. 이곳에서 생산한 아이스팩의 70%는 쿠팡에 공급된다. 쿠팡 물류센터로 간 아이스팩은 신선식품과 함께 각 가정에 배송된다. 손봉설 바인컴퍼니 공장장은 “다른 냉동창고 보다 -10℃ 더 낮은 ‘초저온’ 상태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며 “그만큼 해동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편함도 줄어든다”고 밝혔다.


바인컴퍼니는 2017년 경남 밀양에서 출발했다. 밀양 소재 1공장은 남부지방에 공급하고, 지난해 문을 연 음성 2공장은 수도권 시장을 공략한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20억원이다. 아이스팩 시장이 매년 성장세를 보이면서 올해는 16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사측은 전망하고 있다. 쿠팡 로켓프레시를 비롯한 온라인 식료품 배송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아이스팩을 만드는 중소 제조사도 동반성장한다.

바인컴퍼니 음성 공장에서는 하루에 아이스팩 30만장이 생산된다. 한여름은 성수기여서 휴일 없이 공장이 돌아간다.

단순히 물을 얼려서 팩에 포장한 다음 공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품질 차별화는 디테일에서 나온다. 박스에 담긴 아이스팩은 냉동창고에 14일간 보관된다. 손 공장장은 “요즘 같은 성수기엔 수요가 많은데 마음 같아선 바로바로 보내고 싶지만 냉동상태 14일을 고수해야 24시간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 등 유통업체들이 주문 후 24시간 이내 배달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에 바인컴퍼니도 그 시스템에 맞췄다. 지하수를 그대로 쓰지 않고 7℃로 맞추는 데에는 “더 낮은 온도를 써봤더니 영하가 아닌데도 배관이 얼었다”며 “물이 얼지 않은 상태에서 배관을 타고 흐를 수 있는 최저 온도가 7℃”라고 소개했다.

과거에는 젤 타입 아이스팩이 유행이었지만 최근에는 바인컴퍼니에서 만드는 것처럼 물을 그대로 얼린 제품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손 공장장은 “젤 타입이 48시간 신선도가 유지되는 장점이 있지만 환경에 긍정적이지 않아서 환경부담금 1kg당 305원을 내야해 경제성까지 떨어진다”며 “아이스팩 담긴 얼음이 녹으면 화분에 넣고, 파우치는 분리수거할 수 있게 편리해졌다”고 강조했다.

바인컴퍼니는 최근 공장 일부 시설에 드라이아이스 생산을 시작했다. 손 공장장은 “냉동식품은 드라이아이스가 들어가고, 냉장식품에는 아이스팩이 들어가는 만큼 연계사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음성=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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