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인공지능(AI)이 나오려면 30~50년은 걸릴 겁니다.”
2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AI 미래와 방향성‘이라는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 앤드류 응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이같이 말했다. 중국계 미국인인 응 교수는 딥러닝 연구에서 쌓아올린 명성 덕분에 학계에서 ‘4대 AI 석학’으로 불린다. 2011년 구글의 AI 딥러닝 팀인 ‘구글브레인’의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2014년엔 중국 최대 규모 검색엔진 기업인 바이두의 수석 부사장으로 이직하면서 이 기업의 머신러닝, 자율주행차 개발 등을 담당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무크 플랫폼인 ’코세라‘를 세워 AI 지식의 대중화에도 기여했다.
이날 행사엔 약 500명의 카카오 개발자들도 참석했다. 응 교수의 이번 방한은 한국의 AI 연구자와 소통하려는 목적에서 성사됐다. 지난 19일 입국한 응 교수는 카카오 행사에 앞서 20일 오전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주최 행사인 ’데이터 사이언스 데이‘에 참석했다. 카카오 행사 직후엔 네이버를 방문한다. 출국일인 오는 21일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진행하는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응 교수는 생성 AI 기술에 대한 낙관론을 드러냈다. 그는 부작용이 컸던 신기술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로 항공 기술을 예로 들었다. 개발 초기엔 여러 사고를 일으켰던 비행기가 결국 자동차보다 안전한 교통수단이 됐듯이 AI도 기술 개발에 따라 안전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응 교수는 “지금도 인간은 난기류가 있을 때 비행기를 온전히 제어하진 못하지만 항공 수단의 이용에는 제약이 없다”며 “인간이 오전히 제어하지 못하지만 쓰고 있는 기술은 많다”고 말했다.
응 교수는 인간의 모든 사고와 행동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AI가 등장하는 데는 최대 5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AI 학습에 쓰이는 언어 모델의 개발은 상당히 진척됐지만 아직 이미지 모델의 연구는 초기 수준에 불과하다고 봐서다. 응 교수는 “이미지 모델은 이제 막 혁신을 시작하는 단계”라며 “AI 연구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AI로 바뀔 미래상에 대해서도 제시했다. 응 교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AI에 자신만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그런 시대가 되면 소프트웨어 개발자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코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진보로 비용이 줄면서 개인이 비서처럼 쓰는 맞춤형 AI 서비스가 일반화될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소수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에 의해 AI 산업이 승자 독식 시장이 될 것이란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반론을 제시했다. 응 교수는 “여러 기초모델이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오픈소스 모델과 폐쇄형(클로즈드) 모델이 공존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현재는 오픈AI의 거대언어모델(LLM)인 ‘GPT-4’가 뛰어난 성능을 내고 있지만 후발 주자들도 곧 성능 격차를 좁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어 기반 LLM에 대해선 “영어로 학습한 AI는 한국어로 된 정보를 잘 모른다는 한계가 있다”며 “각 언어별 LLM의 존재 이유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국 AI 개발자에 대한 격려의 말도 전했다. 응 교수는 “싱가포르,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도 방문했지만 한국 개발자들의 수준 높은 질문들이 특히 두드러졌다”며 “한국은 AI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을 뿐 아니라 학계, 산업계 양면에서 AI 전문성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응 교수는 이번 좌담회에 앞서 카카오 경영진과도 별도 미팅을 가졌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 신민균 카카오 전략기획그룹장, 김병학 카카오브레인 대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등과 카카오의 AI 산업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AI 영역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연구 개발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자체 AI 모델과 세분화(버티컬)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AI 관련 R&D(연구개발)을 공격적으로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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