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대한민국 발달장애인 스포츠 선수단이 세계 무대에서 맹활약했다. 세계 최대 발달장애인 엘리트 스포츠 대회인 ‘2023 버투스 글로벌게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금메달 4개, 은메달 5개, 동메달 7개로 총 16개 메달을 땄다. 역대 최고 성적이다. 바로 이어진 ‘2023 베를린 스페셜올림픽 하계대회’에서도 총 64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선전했다.
그 중심에는 이용훈 스페셜올림픽코리아 회장(사진)이 있었다. 교육 전문기업 인타임즈인 대표를 맡고 있는 이 회장은 바쁜 일정에도 선수단 단장으로서 두 대회가 열린 27일간 모든 경기를 곁에서 지켜봤다. 출정식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고 여러분을 응원하겠다”고 말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이 회장은 2017년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이사직을 맡으면서 이 일을 시작했다. 쌍용정유, 쌍용USA, 프린스턴리뷰코리아 대표를 거쳐 인타임즈인 대표를 맡고 있었는데 지인의 추천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당시에는 개인적으로 봉사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발달장애인 스포츠에 이 정도로 빠져들어 여기까지 올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단과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어떤 대회든 개회식부터 마지막 선수가 퇴장하는 순간까지 경기장을 지키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그의 노력이 통한 걸까. 선수들이 이 회장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선수들이 앞다퉈 이 회장과 같이 밥을 먹겠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그는 “발달장애인과 감정 교류를 할 수 있어 ‘함께한다’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2019년 한일교류전 당시를 떠올렸다. 이 회장의 헌신을 지켜본 스페셜올림픽코리아는 2020년 그를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 경험을 통해 이 회장은 단순히 장애인들을 ‘위한다’는 생각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들과 함께 살아가려는 노력이 더해진 ‘실천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는 통합 스포츠가 통합사회를 향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합 스포츠팀은 발달장애인 선수들과 비장애인 선수들이 함께 뛰는 팀을 말한다. 그는 “발달장애인이 스포츠 경기에 참여하면 도전 의식과 자신감이 길러진다”며 “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 통합 스포츠의 정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단발적인 행사에 그치던 통합 스포츠가 장기 성장하려면 지향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회장은 2021년 K리그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8개 통합축구팀을 창설하고 K리그 통합축구대회(유니파이드컵)를 출범시켰다. 스페인 프로축구팀 발렌시아를 초청해 ‘국제통합축구 클럽컵’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의 목표는 통합 스포츠를 더 많은 종목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 회장은 “더 많은 참여와 동참을 끌어낼 수 있다면 통합 스포츠가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 될 것”이라며 “장애라는 장벽이 없는 통합사회가 한 발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교범 기자/사진=임대철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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