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정학회장을 지낸 염명배 충남대 명예교수는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를 준비 중인 국가재정법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고 이렇게 말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이 개정안은 재정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어서다.
현행법은 전쟁과 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 침체·대량 실업·남북관계 변화 정도로 추경 편성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들 조건을 갖춰도 추경을 ‘편성한다’가 아니고 ‘편성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만큼 추경 편성을 신중히 해 건전 재정을 유지하려는 목적이 크다.
일반 가정집도 월급 등 수입이 예상보다 감소하면 최대한 씀씀이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게 상식이다. 양 의원이 발의하려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정반대로 급여가 줄어들면 빚을 내서라도 돈을 더 쓸 수 있도록 하자는 논리다. 굳이 재정학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상식적이지 않은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양 의원은 세수 부족분을 국채 발행 등으로 메우는 ‘세입 경정’을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최근 10년간 세입 경정이 있었던 네 차례(2013년, 2015년, 2020년 1·2차) 모두 지출을 늘리는 세출 경정이 함께 이뤄졌다. 결국 빚을 내 돈을 더 쓰자는 얘기다. 양 의원의 개정안대로라면 올 5월까지 전년 동기보다 국세 수입이 36조원 적은 현재는 추경 편성 요건을 만족하게 된다. 결국 35조원의 추경 편성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민주당의 논리를 보강하기 위해 급조된 법안인 셈이다.
한 국립대 교수는 “세수가 부족하면 지출 구조조정이 우선”이라며 “그때마다 추경을 하자는 건 건전 재정을 지향하는 국가재정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닥치고 추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올해 예산이 막 집행되기 시작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정부·여당에 추경 편성을 요구했다. 최근에는 폭우 피해가 발생하자 또 추경을 주장했다.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재정 건전성을 위해서라도 추경을 해야 한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왔다.
“빚을 내서라도 지출을 늘리자는 건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는 염 교수의 한탄이 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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