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록펠러센터는 맨해튼 중심가에서 뉴욕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곳이다. 5번과 7번 애비뉴, 48번과 51번 스트리트 사이에 있는 NBC유니버설 방송국, 라디오 시티 뮤직홀, 크리스티 경매장 등 19개 빌딩을 한데 모아 록펠러센터로 부른다.
록펠러센터 가운데 특히 뉴요커에게 사랑을 많이 받는 장소가 있다. 바로 록펠러센터 중앙에 있는 좁은 산책로 ‘채널 가든’이다. 록펠러센터는 매해 계절마다 세계 현대 미술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작품을 골라 채널 가든에 전시하는데, 인근 뉴요커들은 출퇴근 길 혹은 점심시간 이곳에 들러 휴식을 취한다.
19일(현지시간) 채널 가든에는 지금까지 전시된 작품과는 사뭇 다른 거대 조형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거대한 숯덩어리 세 묶음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쌓여 있는 이 작품은 높이 6.5m, 폭 4.5m, 무게 3.6t에 달한다. 한국 작가 이배의 ‘불로부터’다. 뉴욕 공공미술 명소인 록펠러센터 채널 가든에 한국 작가의 작품이 설치된 것은 처음이다.
‘불로부터’는 19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열리는 ‘코리안 아츠 위크’ 때문에 더 주목받고 있다. 록펠러센터와 링컨센터가 여는 이번 행사에선 이 작가 외에 박서보, 진 마이어슨 등 대표 한국 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근처 부동산 개발회사에서 일하는 제인 매코널은 “늘 점심시간에 이곳 채널 가든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샌드위치를 먹는데 ‘불로부터’는 잡념을 사라지게 해준다”고 평가했다.
이 작가는 지난 6월 현지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에서 “인류의 가장 화려한 정신적 결과물인 도심 한복판에 숯을 세움으로써 자연으로의 순환과 정화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비디오아트로 재탄생한 박서보 작품 ‘묘법’도 현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의 손자인 박지환 씨가 감독을 맡은 이 작품은 삼성전자의 4K 해상도 146형 ‘더 월 올인원’을 통해 한지의 질감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단풍색 한지 색감이 빛의 위치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드러나는 점도 즐길 수 있다. 부산 조현화랑이 ‘기원, 출현, 귀환’이라는 제목으로 기획한 이번 전시는 록펠러센터 링크갤러리에서 23일까지 이어진다.
링컨센터 무대에 오르는 서울시무용단의 ‘원 댄스’도 관심을 끌고 있다. 원 댄스는 종묘와 문묘에서 제향할 때 여러 사람이 줄을 지어 추는 춤인 일무(佾舞)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긴박감 넘치는 음악에 맞춘 칼군무로 엄청난 흡입력을 보여준다. 연출을 맡은 정구호의 색깔이 의상에서도 드러난다. 페스티벌 주관후원사로 참여한 SK그룹은 지난달 말부터 맨해튼 지하철역 스크린과 시내버스 80여 대에 원 댄스 포스터를 붙이는 등 행사 개최 소식을 알렸다.
한국 대중문화도 소개됐다. 크라잉넛이 ‘K인디’ 대표주자로 초청돼 19일 링컨센터 인근 댐로시 공원에서 야외 공연을 펼쳤다. 이날 오후엔 록펠러센터 근처에서 ‘한국의 요리와 다과’ 행사가 열렸다. BBQ의 한국식 프라이드치킨과 담투의 한국 감귤주스 등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BBQ 시식코너엔 하루 3000명가량의 인파가 몰렸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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