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등 국내 금융회사들이 부동산펀드를 설정해 투자한 해외 오피스빌딩이 홍콩 미국 영국 벨기에 등 세계 전역에서 손실 위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긴축 기조와 재택근무 확산 추세로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금융사들이 집중 투자한 구축 빌딩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문제 없는 해외 오피스빌딩이 손에 꼽을 정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블룸버그와 IB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H자산운용은 영국 런던 금융지구의 원폴트리 빌딩에 투자한 펀드 만기가 올해 말로 다가오면서 만기 연장 작업을 하고 있다. 펀드 만기 연장을 위해선 빌딩 담보대출 리파이낸싱(차환)도 필요하다. H자산운용은 2018년 이 빌딩을 1억9600만파운드(약 3200억원)에 인수했는데 현재 가치는 36% 급락한 1억2500만파운드(약 2049억원)로 추정된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H자산운용은 “확정되지 않은 가치로 정확하지 않다”고 부인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투자사들이 매입한 유럽 부동산은 90여 개로, 상당수는 런던과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지구에 있는 대형 건물이다. 건물당 매입금액은 2억유로(약 2800억원)에 육박했다. 이들 건물의 가격은 지난해에만 20%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한국 투자사들은 입지와 친환경 기법 적용 여부 등에 크게 초점을 두지 않았으며 수리 비용이 많이 드는 큰 건물을 선호했다”고 분석했다.
다른 지역 해외 부동산도 손실 위기에 처했다. 미래에셋증권이 2019년 주도해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에 제공했던 2800억원 중순위 대출은 대부분 증발할 위기에 처했다. 대출 보증을 선 홍콩 억만장자가 파산하고 고금리로 빌딩 가격이 급락하자 선순위 대출자가 매각을 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2019년 벨기에코어오피스2호 펀드를 통해 1억4530만유로를 투자한 브뤼셀의 투아종도르(TDO) 빌딩도 마찬가지다. 매년 가치가 하락하면서 펀드 순자산은 지난달 13일 기준 648억원으로 3개월 전(931억원) 대비 30.4% 감소했다. 하나대체운용이 워싱턴DC의 미국 항공우주국(NASA) 빌딩에 투자한 나사부동산투자신탁1호도 가치가 하락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18년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를 통해 담은 독일 트리아논 빌딩의 담보가치 하락으로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리아논 빌딩의 60%를 차지하는 임차인인 데카방크가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지 않아서다. 리파이낸싱에 실패하면 강제 매각으로 이어져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류병화/노유정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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