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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중앙은행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며 통화 정책 정상화 의지를 확고히 했다. 그러나 인상 폭이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면서 긴축 효과가 미미할 거란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튀르키예의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40%에 가깝게 높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전날 기준금리를 기존 15%에서 17.5%로 2.5%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했다. 지난 6월 8.5%에서 15%로 2배 가까이 끌어올린 뒤 한 달 만에 또 한 차례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하피즈 가예 에르칸 튀르키예 중앙은행 총재는 성명에서 “인플레이션 전망이 상당한 수준으로 개선될 때까지 적시에, 점진적으로, 필요한 만큼의 통화 긴축을 지속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 외에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양적 긴축과 선별적 신용 긴축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선에 성공하며 ‘종신 집권’의 길을 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자리에 미국 월가 출신 인물들을 앉히며 ‘친(親)시장’ 시그널을 보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수년 동안 고집해 온 저금리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는 동시에 리라화 가치를 떨어트려 막대한 무역 적자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러나 시장에선 실망감이 감돌았다. 인상 폭이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금리 발표 전 공개된 로이터통신 조사에서 23명의 경제학자들은 튀르키예 중앙은행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0%까지 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긴축 정책이 지속되면서 연말에는 24~35%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블루베이자산운용의 신흥시장 부문 전략가인 티모시 애쉬는 CNBC에 “끔찍한 결정이자 실수”라며 “심셰크(메흐메트 심셰크 튀르키예 재무장관)와 에르칸에게 긴축 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가설에 힘이 실리게 됐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단기간에 금리를 올리겠다는 중앙은행의 언급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며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찍었고, 이를 회복하려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노톡시아 핀테크의 바르토시 사위키 애널리스트도 “지난달 6.5%포인트 인상도 충분하지 않았다. 새 경제팀 출범 이후 ‘충격 요법’을 기대했던 시장은 실망했다”며 “완만한 속도의 긴축으로 수년간 지속된 비정통적 정책으로 훼손된 신뢰와 시장 안정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3월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JP모간의 파티 악셀릭 애널리스트는 “선거를 앞두고 경기 침체를 피하기 위해 점진적 긴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중동 순방에도 나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신규 투자를 약속받았다. 월가는 올해 튀르키예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예상치(3.2%)를 넘어선 4.0%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튀르키예 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기준 39.6%다. 정점을 찍었던 지난해 8월(85.5%) 대비 반토막 수준이지만, 여전히 높다. 정부 발표치를 믿지 못하는 일부 경제학자들은 실제 수치가 108%에 달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리암 피치 애널리스트는 “긴축 속도를 늦추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금리와 인플레이션 사이에는 여전히 너무 큰 격차가 있다”고 짚었다.
시장에선 튀르키예 물가가 다시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리라화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최근 에르도안 대통령이 유류세를 3배로 늘린 영향 때문이다. 중앙은행 조사에서 현지 기업 임원들은 연말께 물가 상승률이 4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내년 5월까지 이 수치가 65%에 이를 거란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의 인플레이션은 완화되는 추세다. 아프리카 최대 경제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6월 물가 상승률이 5.4%로, 중앙은행의 목표 범위(3~6%)에 안착하자 긴축 정책을 중단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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