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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석유 공룡’ 엑손모빌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생산에 뛰어든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의 리튬 가공 공장을 건설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리튬 시장에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엑손모빌이 아칸소주(州) 남부 지역인 매그놀리아 인근에서 세계에서 최대 규모의 리튬 가공 공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곳에는 연간 7만5000톤에서 10만톤 규모의 리튬을 가공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공 완료된 리튬의 약 15%에 해당한다.
엑손모빌은 지난 5월 리튬 채굴을 위해 미국 아칸소주 남부에 위치한 12만 에이커(약 485.6㎢) 규모의 리튬 매장지를 갈바닉에너지(Galvanic)로부터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거래 가격은 1억달러 (1320억원) 이상이다.
엑손모빌은 이곳에서 채굴한 리튬을 가공할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소식통은 "가공 공장 프로젝트는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운송을 위한) 모듈식 열차와 함께 또는 리튬 매장지 근처 별도 장소에 지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엑손모빌은 향후 몇 개월 내에 이곳에서 리튬 채굴을 시작하고, 수익성이 입증되면 채굴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갈바닉 에너지가 외부 컨설턴트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곳에는 400만톤의 탄산화 리튬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약 5000만대의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광물이다. 리튬 산업은 리튬 정광을 채굴하거나 염호(소금물 호수)에서 리튬을 뽑아내는 원재료 생산과 이를 제련해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공정 등으로 나뉜다. 염호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작업은 원유 시추 및 배관 추출, 가공 작업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석유기업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엑손모빌이 본격적으로 리튬 채굴 및 생산, 가공에 뛰어들면서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 판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세계 각국에서 채굴된 리튬은 저렴한 생산비와 낮은 환경 기준을 갖춘 중국으로 운반된 뒤 리튬 화합물로 제련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앞세워 반전을 노리고 있다. IRA 보조금을 받으려면 북미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한 원료를 사용해야 한다.
WSJ은 "미국이 중국 등에 대한 리튬 의존도를 낮추려면 아칸소 남서부에서 리튬 생산을 이끌어 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엑소모빌이 리튬을 생산하면 IRA를 통해 10%의 세액 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은 지질학적으로 텍사스에서 플로리다까지 뻗어있는 스맥오버(Smackover) 자원 지층에 많은 염호가 있다. 리튬의 수요가 늘면서 이곳에서는 광산 기업뿐 아니라 석유기업, 배터리회사, 자동차회사 등도 리튬을 추출하기 위해 더욱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스탠다드리튬의 로버트 민탁 최고경영자(CEO)는 "스맥오버 지층은 리튬 생산에 더 중요해질 수 있다"며 "리튬 자원은 더 오래 지속될 것이고, 석유와 비교할 때 더 유리한 환경에 있다"고 말했다.
다만 생산 비용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스맥오버 지층에서 리튬 추출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는 테트라 테크놀로지는 물가상승으로 건설 자재 가격이 뛰면서 리튬 2만5000톤을 생산하는 시설을 건설하는 데 약 150억달러 소요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소식통은 "엑손모빌은 기존의 기술력을 활용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리튬을 공급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미 엑손모빌이 배터리 및 전기차 제조업체와 논의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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