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수해 골프'로 논란을 빚은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하자, 홍 시장은 '과하지욕(跨下之辱)'이라는 사자성어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홍 시장은 지난 20일 오후 10시 30분께 페이스북에 이같이 남겼다가 약 8시간 만에 돌연 삭제했다. '과하지욕'은 '바짓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견딘다', '어려운 처지에서 참아낸 굴욕'이라는 뜻이다. 큰 뜻을 지닌 사람은 쓸데없는 일로 남들과 옥신각신 다투지 않으며, 작은 부끄러움을 감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앞서 홍 시장은 충청·영남 지역에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 15일 대구의 한 골프장에 골프를 치러 갔다. 이후 전국적 수해 상황에서 골프를 친 것이 논란이 되자, 그는 지난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과 발언"이라는 당 안팎의 비판이 쏟아지자, 당은 지난 18일 김기현 대표 지시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홍 시장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해로 상처 입은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 시장의 사과에도 윤리위는 그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징계 사유는 '자연재해나 대형 사건·사고 등으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을 때 유흥·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국민의힘 윤리 규칙 22조 2항 위반과,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윤리 규칙 4조 1항 위반에 해당한다.
한편 윤리위는 오는 26일 회의에서 홍 시장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할 계획이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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