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계 사우디아라비아' 아프간에 목숨 걸고 나타난 중국인

입력 2023-07-21 13:39   수정 2023-07-21 13:47



중국이 막대한 규모의 리튬이 매장된 아프가니스탄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탈레반 정부도 서방의 제재 등으로 경제난이 더욱 심각해지자 중국과의 자원 거래로 활로를 찾으려는 분위기다.

2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외신 매체에 따르면 최근 아프가니스탄 현지에 중국 민간 사업자들이 리튬 채굴에 혈안이 돼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자주 나타나는 지역에서도 주요 매장지를 돌아다니며 리튬 채굴 가능성을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은 전기차, 스마트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중국을 포함한 각국 정부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리튬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리튬의 가격과 규모에 따라 기업의 제품 생산량과 투자 비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월 탈레반 정부 관계자들은 코나르 지방에서 파키스탄을 거쳐 중국으로 리튬 광석 1000t을 밀반입한 혐의로 중국인 사업가를 체포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현지인들은 중국인들의 리튬 채굴에 대한 집착을 '19세기 골드러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미국 국방부가 10년 전 지질학자들을 동원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에 매장된 리튬 등 광물들의 가치는 1조 달러가량이다. 미 국방부는 이 때문에 아프가니스탄을 '리튬의 사우디아라비아'라고 부르기도 했다. 미국은 한때 리튬 주요 매장지의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를 출판하며 아프가니스탄이 "세계에서 인정받는 미래의 주요 리튬 공급원으로 고려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인이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은 탈레반의 재집권으로 미군이 철수한 2021년부터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 정부들은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아프가니스탄을 경제적으로 고립시켰다. 반면 중국만이 이틈을 타 적극적으로 아프가니스탄과의 경제협력을 추진했다.

중국은 리튬 채굴권을 확보하는 대가로 아프가니스탄에 각종 인프라 건설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광물·석유부는 지난달 13일 중국 기업 고친이 아프가니스탄 리튬 개발에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샤하부딘 델라와르 광물·석유부 장관 대행은 수도 카불에서 고친 측 대표단과 직접 만나 이에 대해 논의했다. 광물·석유부는 "이번 투자는 12만개의 직접 일자리와 약 100만개의 간접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친은 이번 개발을 위해 수력 발전소를 별도로 짓고 도로도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중국이 아프가니스탄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신장 위구르족 분리주의 움직임도 견제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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