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기업’ 늘리기에 나섰다. 유턴기업의 법인세·소득세 감면 기간을 7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기로 하면서다. 세제 혜택을 확대하기로 한 건 유턴기업이 국내 일자리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미·중 갈등과 탈세계화, 공급망 재편으로 그 어느 때보다 유턴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혜택 정도로는 유턴을 늘리기에 역부족이란 인식도 깔려 있다. 수도권(과밀억제권역)으로 유턴하는 기업엔 세제 혜택을 주지 않는 건 논란이다. 유턴기업을 늘리기 위해선 세제 혜택뿐만 아니라 각종 규제 개혁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를 다 합쳐도 비슷하다. 지난 9년간 국내에 복귀한 기업은 126곳에 불과하다. 연평균 14개꼴이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 신설법인은 2만6406개나 된다.
기업들의 국내 유턴이 더딘 건 국내 복귀의 메리트가 적기 때문이다. 국내 인건비가 해외 생산기지보다 높은 상황에서 세금은 물론 노사관계 등이 딱히 매력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3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 성과는 64개국 가운데 14위를 기록했는데 기업 여건은 53위에 그쳤다. 노동 관련 규제의 사업 저해 정도, 외국인 투자자 인센티브 매력도, 보조금 경쟁저해 정도 등을 종합해 측정한 결과다.
다만 기업들의 국내 복귀를 독려하기 위해선 유턴 관련 인허가를 비롯한 각종 행정 절차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노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KOTRA에서 제출받은 ‘국내 복귀기업 보조금·장려금 지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국내 복귀 기업 90개 중 유턴보조금(투자보조금)과 고용창출 장려금을 받은 곳은 26곳에 불과했다. 기업은 보조금·장려금 등을 지급받기 위한 서류작업이 복잡하고, 각종 인허가가 지연되는 사례가 잦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 전반적인 노동·산업 규제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미국의 경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리쇼어링 정책을 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38%에서 28%로 낮추고 유턴기업의 공장 이전 비용을 20% 대줬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1%까지 낮추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물량을 국내로 돌릴 때도 리쇼어링으로 인정해줬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현지 투자와 생산 시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산업육성법을 통해 노골적인 ‘미국 투자 유도’ 정책을 펴고 있다. 게다가 각 주에선 서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정책적 노력에 탈세계화, 공급망 재편 흐름까지 맞물리면서 미국 내 유턴기업은 2014년 340개에서 2021년 1844개로 늘었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한국은 노동, 산업 분야에서 다른 나라에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가 많다”며 “이를 전반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국내 복귀 기업이 급증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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