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씨가 원래부터 소극적이거나 사회생활을 꺼린 것은 아니다. 지방 직업계고를 졸업한 뒤 호기롭게 서울로 올라왔다. 처음엔 개발자를 지망했지만 실력 차를 절감했다. 게임 플레이어들을 상담하는 업무(CS)에 도전해 좋은 성과를 냈다. 그러다 한 동료와 정이 들었다.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고 느낀 건 연인과 헤어지면서부터다. 그는 “마음이 부서지는 고통이었다”며 “눈을 감으면 만남을 시작하고 썸을 타던 시절, 헤어지던 순간까지 모든 게 생생하게 반복되곤 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분에 넘치는 행복을 만끽한 탓에 충격이 컸다”며 “여자에게 차여 은둔생활을 시작한 찌질이 인생”이라고 자조했다. 이어 “직장에서도 권고사직을 당해서, 연인과 직장을 한꺼번에 잃으니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기지 않았다”고 했다. 실업급여를 받으며 면접을 봤는데 10여 개 게임사에서 모두 떨어졌다.
고향으로 돌아갔다. 거의 4년 가까이 그의 시간은 게임 속에서만 흘렀다. 무기력이 그를 잠식했다. 청소를 하지 않았다. “집 밖으로 걸어나가는 것조차 숨이 차고, 쓰레기라도 버리러 나갔다가 이웃을 만날까 봐 겁이 났다”고 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고려하던 어느 날 그는 마음속으로 의지한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친구가 달려와서 밤새 이야기를 들어주니까 어느새 죽고 싶은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대신 부끄러움이 갑자기 밀려왔다”고 했다.
생각이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이 서른에 연인과 헤어지고, 직장에서 잘렸다고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닌데 그동안 슬픔에 대처한 방식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4년 동안 방에 쌓인 쓰레기 수 t을 한 달에 걸쳐 버렸다. 요즘은 유튜브에서 구질구질한 실패담을 소개하며 사람들과 조금씩 소통하고 있다. 주씨는 “유튜브를 시작한 건 세상 밖으로 나와 살겠다는 다짐”이라며 “방 탈출 시도가 실패로 끝나지 않도록 일상을 기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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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인 걸까. 생애주기별 ‘숙제’에 발목 잡힌 대한민국 청년들. 대입, 취업, 연애, 결혼까지. 하나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낙오된다?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그 어디서도 말할 수 없었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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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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