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운영하는 '장미산장펜션'은 반려동물과 동반하는 것이 가능하다. 처음부터 강아지를 데리고 오는 손님들이 편히 쉬다 가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왜냐하면 필자도 ‘덕수와 장미’라는 이름을 가진 두 마리의 진돗개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이든 반려묘이든 반려동물은 시골살이의 적적함과 무료함을 채워주기도 한다. 가끔은 든든한 친구가 되기도 하고, 산책을 함께 하는 동반자가 되기도 한다. 다만, 집을 오래 비울 수 없는 어려움이 있어서 서울에 볼일을 보러 갔다가도 저녁 막차로 내려와야 하는 번잡함도 감수해야 한다.
이웃 블로그에 반려견에 대한 예찬이 있어 옮겨본다. "반려견은 본능과 마음이 통하는 그대로 움직인다. 또한 두 번 계산하지 않고 첫 마음 그대로 행동한다. 보호자로 생각되면 영원히 따르고, 배신하지 않고, 굶지 않으면 별다른 요구도 하지 않는다. 보호자가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목숨도 내어놓고 지키려 한다. 반면 인간은 모든 걸 계산해서 관계를 맺거나 유지한다. 상황에 따라 배신하고, 욕심이 많아서 모든 것을 저장해 놓는다." 다 맞는 말이다.
두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해서 좋은 점은 우선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진돗개의 특성상 집 근처에서는 배설을 하지 않으므로 하루 2번 정도는 산책을 나가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꾸물거리다가도 낑낑거리는 녀석들을 보면 옷을 입고 집을 나서게 된다. 강제로 하는 운동이지만 움직임을 통해서 활력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혼자 있을 때 녀석들과 놀다 보면 무료함과 적적함을 덜어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나 혼자 떠들지만 대화 상대가 되어주기도 한다.
산속에 있다 보니 멧돼지, 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많이 출몰하는데, 녀석들이 맹렬히 짖어주는 덕분에 집 근처에는 잘 오지 않는다. 특히 야간에는 든든한 보호자가 되기도 한다. 조심스러운 것은 사냥개 기질을 갖고 있어서 움직이는 것을 공격하려는 본능 때문에 갑자기 흥분해서 튀어나가는 것을 잘 통제해야 된다는 점이다. 동네 안길을 산책할 때 만나는 동네 분들이 덩치를 보고 겁을 내는 것도 미안한 일이다. 가끔은 울타리를 탈출하거나 목줄이 풀리는 바람에 온 동네를 수색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처음 두 녀석을 만난 곳은 자주 가는 식당이었다. 마당에서 발발거리는 꼬물이 두 마리를 데려와서 함께 한 세월도 이제 3년이 되어간다. 귀여웠던 강아지 단계를 지나 늠름한 성견으로 탈바꿈했다. 봉황마을을 감싸고 있는 덕수산과 장미산의 이름을 따서 덕수와 장미로 부른다. 어떤 분은 이름 때문에 이 마을의 마스코트라고 추켜세우기도 한다. 가끔은 사고를 치기도 한다. 산속을 헤매다가 요즘 보기 어려운 산토끼를 잡아오기도 하고, 들고양이를 습격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가끔 두 녀석이 피 터지게 싸움을 한다는 것이다. 서열정리가 아직 안 된 모양이다. 내가 옆에 있을 때는 뜯어말리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되지만, 집을 비울 때 싸움이 나면 큰 일이다. 두 녀석 모두 피투성이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따로 떨어트려 놓으면 더 난리를 피운다. 어릴 때 불임수술을 했기 때문에 임신을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혼자 있으면 외로운가 보다.
가끔 말썽을 피우기도 하지만, 두 녀석이 건강하게 잘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산속 생활에 활력이 돈다. ‘동물극장 단짝’ 방송을 보면 반려동물과 함께 어울려 재미있는 생활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앞으로 덕수와 장미도 주인공이 될 날을 기다려 본다. 오늘도 하늘은 눈이 시리게 파랗다.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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