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탄소배출권가격, 개장 이후 사상 최저치 '추락' [더 머니이스트-김태선의 탄소배출권]

입력 2023-07-25 07:09   수정 2023-07-25 10:48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은 상장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 지난 21일 기준 할당배출권(KAU) 가격은 톤당 7800원으로 연초 대비 53.6% 하락한 상태입니다. 2015년 1월 12일 상장 당시 톤당 8640원 개장한 이후 2100일 만에 톤당 8000원선이 붕괴된 겁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산업부문을 중심으로 매도우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투자자별 매매동향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작년 8월 이후부터 산업부문은 11개월 연속 순매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작년 연말부터 할당대상업체들은 이월을 위한 매도물량이 본격적으로 출회되면서 할당배출권 가격은 톤당 1만원대까지 하락했습니다. 이와 같은 탄소배출권 시장가격의 가격 급등락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시장안정화 장치가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와 시행령 제38조에 따라 배출권에 대한 시장안정화 조치 세부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은 직전 2년의 평균가격을 준거가격으로 해 상하한 밴드를 설정하게 됩니다.

올해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안정화 조치의 상하한 가격은 상한의 경우 6만440원(준거가격*3배), 4만300원(준거가격*2배)이며 하단은 1만2090원(준거가격*0.6배), 최저거래가격은 톤당 9450원으로으로 각각 설정된 상태입니다.

올 4월 27일, 탄소배출권 가격이 톤당 1만1750원으로 마감함에 따라 시장안정화조치 하단인 가격(1만2090원)을 밑돌았죠. 이후 추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56일 만에 할당배출권(KAU22년물) 가격은 최저거래가격을 밑도는 톤당 7800원에 마감했습니다.


탄소배출권시장은 구조적으로 공급우위인 시장입니다. 과거 배출량을 기반으로 할당하기 때문입니다. 할당 이후 경기둔화 국면을 맞이할 경우 과잉할당으로 이어져 가격이 급락하는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유럽 탄소배출권시장의 경우도 리먼사태, 유로 재정위기,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이러한 공급과잉을 해결하기 위해 적정 유통물량을 산정해 관리에 나서고 있습니다.

유럽 탄소배출권 시장은 수급개선을 위해 2014~2016년 9억톤에 대해 백-로딩(경매연기 조치)을 단행했고 2017~2023년 누적 공급물량(경매취소) 축소는 25억3200만톤에 달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경우는 2억7200만톤으로 지난 9월 1일부터 내년 8월 31일에 걸쳐 물량 축소가 단행됩니다.

한편 국내 탄소배출권시장은 7개 시장조성자가 적정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참여하고 있습니다. 누적기준으로 시장조성자들의 매매비중은 지난 6월 말 현재, 66.3%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높은 매매비중은 올해 초부터 산업부문의 매도 압력이 강해지면서 시장변동성 확대기간이 지속적으로 발동된 것에 기인합니니다.

시장변동성 확대기간에는 가격 하락 시 시장 거래량의 5%이상 거래량 충족 후 매도량 대비 매수량이 300% 이상이면 거래비중 항목 평가에서 만점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의무 평가 항목으로 인해 시장조성자들은 산업부문의 매도물량을 대거 흡수한 까닭에 높은 매매비중을 보이고 있습니다.

탄소배출권시장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할당대상업체들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옵션은 시장을 통한 부족분의 매입과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를 통한 대응입니다.

이 과정에서 탄소배출권 시장가격과 감축 프로젝트의 원가인 한계감축비용을 비교해 의사 결정을 하게 됩니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형성되면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동인은 감소하게 됩니다.

단기, 중기, 장기 감축 목표에 상응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의 한계감축비용의 산정과 동시에 이어 부합하도록 탄소배출권 시장가격이 안정적으로 형성돼야 합니다. 탄소배출권시장의 수급개선은 7개 시장조성자들이 하는 게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준칙에 입각한 탄소배출권 제도와 정책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올해로 8년차에 접어든 국내 탄소배출권시장이 이행기간을 거치면서 시장조성자의 매매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곱씹어봐야 할 대목으로 시장 실패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시장조성자 제도는 상장 초반에만 이루어지는 단기적인 유동성 보강 장치로 시장조성자들이 과잉 할당에 따른 잉여분을 흡수하는 주체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시장조성자 제도는 유동성이 필요한 신규 상장 종목에 대해 원활한 거래를 돕기 위한 단기적 지원 제도입니다. 시장조성자는 매수-매도 양방향으로 호가를 계속 제출해 호가 스프레드 확대를 방지하고 이를 통해 적정 가격을 발견하는 것은 물론 시장참여자들에게 거래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는 제도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태선 NAMU EnR 대표이사 | Carbon Market Analy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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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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