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법무법인 바른 조동현 변호사(사법연수원 35기·사진)는 “회생 절차를 시작해도 담보부채권은 따로 갚아야 하는 현행 제도가 채무자의 재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4월 대한변호사협회 도산변호사회 회장에 취임한 조 변호사는 기업회생 및 인수합병(M&A)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최근 식품업체 취영루를 대리해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기업회생 절차를 51일 만에 끝내도록 도우며 주목받았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국 개인회생 신청은 6만191건으로 전년 대비 44% 급증했다. 조 변호사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매출 감소와 유동성 고갈 등으로 한계에 이른 기업과 개인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며 “향후 개인회생 신청이 더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변호사는 채무자가 개인회생 절차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담보부채권 변제 부담을 꼽았다. 현행 제도상 담보권자는 개인회생절차의 변제계획과 별개로 담보권을 추심할 수 있다. 자기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사람의 경우 개인회생절차 개시 신청과 동시에 은행으로부터 상환 요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채무자가 투잡 내지 스리잡을 하거나 가족들까지 경제활동에 뛰어들어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조 변호사는 “소득 중 최저생계비만 남기고 전부 빚을 갚는 데 쓰라는 ‘가용소득투입의 원칙’도 가혹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영업자산에 담보권이 설정된 자영업 채무자의 경우 회생절차상 채무를 갚으면서 담보권자에 대한 채무도 동시에 변제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회생절차상 채무를 갚는 데 소득 대부분을 써야 해 영업자산에 대한 채무는 변제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 변호사는 “미국은 담보부채권을 개인회생절차에 포함시키고, 담보권자에 대한 변제로 사용되는 금액을 가용소득 산정에서 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도 가용소득 중 일부는 담보권자에 대한 변제에 사용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한국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삭제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회생전문법원을 추가로 설치해 더 많은 사람이 효과적으로 도산 관련 법률서비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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