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을 신속하게 정상화할 수 있는 워크아웃제도가 5년 만에 또다시 중단될 처지에 놓였다. 오는 10월 15일 일몰 예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기촉법은 기업 구조조정 수단인 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법이다. 금리 인상 등으로 한계기업이 늘어나는 가운데 워크아웃까지 중단되면 ‘줄도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원회에서 기촉법 연장안 통과가 불발됐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일각의 요구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중순 공청회를 열고 제도를 존치할지에 대해 의견을 받기로 했다. 일몰까지 남은 기간이 짧아 제도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크아웃은 경영 상황이 악화한 기업이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만기 연장과 자금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일시적 위기에 놓인 기업에 신속한 지원이 가능해 워크아웃과 법원 주도의 회생절차(법정관리)가 공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법정관리는 상대방이 수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고, 신용장(LC) 거래 중단으로 수출기업의 자금줄이 막히는 등 ‘낙인효과’가 뚜렷하다.
금융위가 최근 10년간 기업은행이 선정한 부실 징후 기업 1348곳 중 워크아웃 또는 회생 신청 기업 245곳을 분석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워크아웃 기업의 구조조정 성공률은 34.1%로 회생 기업(12.1%)의 세 배에 달했다. 신청 이후 3년이 지난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회생 신청 기업이 -71.9%, 워크아웃 기업이 0.9%였다.
분석 대상 기업 중 워크아웃을 졸업한 기업은 현재 모두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회생절차를 밟은 기업 중 채무를 완제한 기업은 두 곳에 불과했다. 워크아웃 절차를 통해서는 신규 자금 지원이 수월하다는 게 배경으로 꼽힌다. 6년간 은행권 신규 자금 지원 규모는 워크아웃이 1594억원으로 회생(58억원)에 비해 훨씬 컸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은 한시법 형태로 제정된 탓에 없어졌다가 다시 생기는 일이 반복됐다. 2018년 6월에도 일몰되면서 공백 상황이 빚어졌다. 당시 금융권은 채권금융기관 기업구조조정 업무협약을 맺어 대응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된 중소기업은 2021년 157곳에서 지난해 183곳으로 증가했다. 오는 9월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만큼 위기에 놓인 기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연장에 반대하는 쪽에선 기촉법에 평등권,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산권 침해 등의 소지가 있는 법안을 외환위기 이후 한시법으로 제정해 놓고 근원적인 논의 없이 상황 논리에만 의존해 연장을 거듭해선 안 된다”고 했다. 부산과 경기 수원에 회생법원을 설치하는 등 이 분야에 힘을 주는 법원행정처도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채권자가 워크아웃 진행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현행법상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어 재산권 침해는 적다는 반론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도가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이 매번 재연돼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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