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미국이 북한의 핵 공격으로부터 서울을 지키기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핵 억제를 약속하지만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에서 정권이 바뀌면 대북정책 역시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며 "당장 핵무기를 갖진 못하더라도 유사시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핵 잠재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학계의 대표적인 '핵 자강론자'다. 그런 그도 처음부터 핵무장을 주장한 것은 아니었다. 정 실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거듭하면서 노골적인 핵위협을 가하자 더 이상 핵 없이는 안보를 지킬 수 없다고 판단해 핵무장을 주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시기에 대해서는 오는 9월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미 전략핵잠수함(SSBN)이 부산에 기항했는데도 핵무장이 필요한가
“그렇다. SSBN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사거리가 1만2000㎞에 달한다. 미국 본토에서도 대통령이 결단만 하면 북한으로 SL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SSBN의 부산 기항이 군사적으로 큰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다만 북한에 대한 경고 신호를 강화하고 국민들을 안심시킨다는 측면은 있다."
▷한·미 핵협의그룹(NCG)에 대한 평가는
“우린 핵무기가 없으니까 결국은 미국 협의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NCG의 실효성 측면에서 여전히 의문이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핵기획그룹(NPG)으로 '기획'이고 우리 NCG는 '협의'로 NPG 훨씬 더 높은 수준이다. NATO는 유럽에 실제 전술핵이 배치되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현실적인 핵무장 방법은 무엇인가
"유사시 핵무장을 할 수 있도록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분야에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해야 한다. 일본처럼 결단만 내리면 3~6개월 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 잠재력을 갖자는 얘기다. 정부는 미국에 '핵개발은 안 하겠지만 일본과 같은 정도의 잠재력은 우리가 갖고 있어야 국민들도 안심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미국을 강력하게 설득해야 한다. 핵무장에 반대하는 전문가들도 핵 잠재력을 갖자는 주장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군사정찰위성의 재발사 시기는 언제쯤이라고 보나
"위성 발사 실패 후 결함을 보완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리고 발사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올해 연말께 다시 발사할 것으로 예상한다. 주목할만한 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사 실패에 대해 문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기술 개발에 실패해도 뭐라고 나무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미사일이나 무기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오는 9월 9일 정권수립 75주년 기념일에 맞춰 9월 초에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북한이 (5차 핵실험 당시) 2016년 3월에 핵탄두를 공개하고 그해 9월에 핵실험을 했다. 2017년 6차 핵실험에도 마찬가지로 핵탄두 공개 후 핵실험을 단행했다. 올해에도 지난 3월 전술핵탄두를 공개했으므로 9월에 핵실험이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올해 핵실험의 목표는 전술핵탄두('화산-31') 8종을 실제로 테스트하는 데 있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한 평가는
“가치 외교도 중요하고 실용 외교도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러시아와 중요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러시아와 너무 대립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 원자력발전소에 사용하는 농축 우라늄의 약 3분의 1 정도가 러시아에서 온다. 미국조차도 농축 우라늄 수출 금지는 국제적으로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제재를 못하고 있다. 또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비공식적으로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의 관계가 나빠지면 러시아는 북한에 무기 기술을 줄 수도 있다.”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북한이 핵잠수함 건조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러시아가 기술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북한이 핵잠수함을 만들어 미국을 위협한다면 미국의 관심이 그만큼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쏠릴 것이다. 과거 6·25전쟁 당시에도 스탈린이 이런저런 조건을 들면서 휴전을 계속 막았다. 미국의 관심을 동유럽이 아니라 한반도에 집중시키기 위해서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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