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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난이 극심한 아르헨티나가 새로운 가스관을 가동하며 에너지 수출 대국을 꿈꾸고 있다. 풍부한 자원을 땅 위로 끌어내 각국에 수출하면서 외화를 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의 셰일가스 매장지에서 생산된 천연가스가 새 송유관인 ‘네스토르 키르히너’를 통해 향후 몇 주 안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할 예정이다.
파타고니아 셰일층인 바카 무에르타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셰일가스 매장지로 꼽힌다. 이곳에는 천연가스 8조7000억㎥와 162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은 아르헨티나 국영 에너지 기업인 YPF 등이 주도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번 송유관 운영을 계기로 아르헨티나를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바카 무에르타에서 가스 생산이 시작된 건 2018년이지만 운송 인프라가 부족해 연료가 빠르게 밖으로 전달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이번에 새로 도입한 네스토르 키르히너 송유관은 길이가 573㎞에 달한다.
플라비아 로욘 에너지 장관은 “이 송유관은 가스 생산과 수출을 확 늘리기 위한 계획의 첫 단계로, (종국에는) 전 세계로 수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46억달러 (무역)수지 적자를 냈지만 2030년에는 180억달러의 수지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가 농산물 다음 가는 아르헨티나의 수출품이자 꼭 필요한 달러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20년 만에 최악의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115.6% 상승했다. 5월(114.2%), 4월(108.8%)보다 높아졌다.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화폐인 페소 가치가 급락하면서 외환보유고도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외화를 벌어다줄 수 있는 에너지 수출은 얼마 안 되는 희망이라는 평가다. 컨설팅기업 라이스타드 에너지는 “투자가 유지된다면 2030년까지 바카 무에르타 유전의 석유 생산량이 현재의 3배 이상인 하루 100만배럴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근 아르헨티나는 유럽연합(EU)과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극도의 인플레이션이 투자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크다. 페소 가치가 급락한 상황에서는 돈을 쏟아부어도 큰 효과가 나기 어려워서다. 다니엘 몬타마트 전 아르헨티나 에너지부 장관은 “LNG 등 가스 수출 계획은 인프라에 대한 막대한 투자와 자원 개발이 선제돼야 한다”며 “그러려면 우리는 이웃 국가들과 동일한 인플레이션과 리스크를 가진 정상적인 국가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FT는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성향의 정부와 친기업 성향의 야당 모두 원자재 수출을 경제 성장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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