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정책에 따라 공공부문에서 무기계약직의 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났고, 늘어난 무기계약직들은 자신들과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 사이의 근로조건 차이를 문제 삼으면서 다양한 법률투쟁을 전개하는데, 그 중 하나가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다. 일반직들로 조직된 노동조합에 비해 소수노조인 무기계약직노조가 교섭단위 분리를 통해 독자적으로 교섭을 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에는 교섭대표노조를 정하도록 하여 교섭창구 단일화를 원칙으로 하였고(제29조의2), 이에 따라 교섭대표노조를 결정하여야 하는 단위(이하 '교섭단위')를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하되(제29조의3 제1항), 교섭대표노조에 대하여는 그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할 수 없도록 하는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였다(제29조의4 제1항).
다만, 예외적으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노동위원회는 노동관계 당사자의 양쪽 또는 어느 한 쪽의 신청을 받아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제29조의3 제2항).
판례에 의하면 교섭단위 분리는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별도로 분리된 교섭단위에 의하여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것을 정당화할 만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의 사정이 있음은 물론 이로 인하여 교섭대표노조를 통해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더라도 근로조건의 통일적 형성을 통한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려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8.9.13. 선고 2015두39361 판결 등). 교섭단위 분리는 엄격한 요건 하에서 매우 예외적으로만 인정되는 것이다.
교섭단위 분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가 있는지 여부이므로, 무기계약직노조는 교섭단위 분리 신청 절차에서 무기계약직이 정규직에 비해 근로조건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근로조건 차이의 현격성은 단순히 근로조건 수준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다. 근로조건 구성 및 체계, 내용 및 수준 등에 있어서의 차이가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하여야 할 정도로 현격하여 교섭창구단일화를 강행할 경우 교섭창구단일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질 정도에 이르러야 인정되는 것이다. 또한 임금 등 근로조건의 차이가 현격한지 여부는 절대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될 부분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므로 당해 직종의 특성, 업무의 내용, 고용형태의 특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단지 임금체계나 임금액수 등의 차이가 있다고 하여 만연히 임금 등 근로조건의 차이가 현격하다고 판단해서도 안된다. 따라서, 업무의 내용과 강도, 권한과 책임의 차이 등에서 기인한 근로조건의 차이를 현격한 차이로 판단하는 것에는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노동위원회도 직종별로 임금체계(연봉제, 호봉제)를 달리 설정하거나 각종 수당 항목에 차이가 있더라도 근본적으로 업무의 내용 및 직무특성, 채용절차, 근무방식, 승급체계, 성과관리 등을 달리할 필요성에 따른 결과이거나 임금체계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인 경우 현격한 차이라고 보고 있지 않다(중앙노동위원회 2019. 8. 5. 중앙2019단위20 결정, 중앙노동위원회 2021. 7. 2. 중앙2021단위4 결정 등). 서울행정법원 2020. 8. 13. 선고 2020구합50188 판결도 콜센터 공무직 상담사, 기타 공무직, 일반직은 임금수준과 임금구성 항목에 차이가 존재하지만, 이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각 직군 별 담당 업무의 내용과 난이도, 근로자의 업무 숙련도, 권한과 책임, 노동시장의 임금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사항으로서 임금수준 및 임금구성 항목의 단순비교를 통해 근로조건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가 있다. 타당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교섭단위 분리가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되자, 무기계약직노조가 교섭단위 분리 요소(근로조건의 현격한 차이, 고용형태, 교섭관행)가 아닌 다른 요소를 들어 교섭단위를 분리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바로 ‘교섭대표노조가 무기계약직 노조의 이익을 대변해 주지 않는다’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는 노동위원회 결정이 일부 나오고 있다(예를 들어 중앙2021단위25). 그러나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합리함을 시정하고 각 노조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은 공정대표의무 제도가 담당해야 할 영역이고, 교섭단위 분리 제도가 작용할 영역이 아니다.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고,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에 해당하므로(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7다218642 판결), 교섭대표노조는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정보를 소수노조에 적절히 제공하고 그 의견을 수렴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7다263192 판결).
공정대표의무에 의해 교섭대표노조는 소수노조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할 수 없고(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 교섭대표노조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소수노조는 공정대표의무 시정 신청을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2항). 이러한 공정대표의무의 법적 지위를 고려할 때 공정대표의무로 해결하여야 하는 문제를 교섭단위 분리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각 제도의 독자적인 법체계적 지위를 무시하는 주장인 것이다. 또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상 교섭대표노조가 소수노조를 적극적으로 대변해서 소수노조의 이익에 부합하는 단체협약을 관철시켜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소수노조의 이익을 대변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섭단위 분리를 인정해 달라는 것은 교섭단위 분리가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제도라는 법리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자체를 형해화시키는 부당한 주장인 것이다. 참고로 서울행정법원 2020. 6. 4. 선고 2019구합81605 판결은 위와 같은 무기계약직노조의 주장에 대해서 “공정대표의무 이행 등의 방법을 통하여 해결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한 바 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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