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수차례 진술을 번복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 4명이 수원지검을 항의 방문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2차' 체포영장 발부설에 무게가 실린 상황에서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을 위한 군불을 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박범계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 주철현 인권위원장, 김승원 법률위원장, 민형배 인권위 상임고문 등 4명은 24일 오전 수원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인권적 조작 수사와 거짓 언론플레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8일 이 전 부지사 배우자로부터 탄원서를 접수한 데 이어 지난 21일에는 이 전 부지사 본인의 친필 서한을 접수했다. 서한에는 "쌍방울과 김성태 전 회장에게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 비용뿐 아니라 당시 이재명 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써 있다.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이 방북 비용을 대납하기로 했다고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보고했다'고 진술을 바꾼 내용이 알려진 뒤 사흘 만에 다시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한 쪽으로 진술 내용을 재번복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가 검찰에 관련 진술을 이미 한 만큼, 이재명 대표에 대한 '2차' 체포동의안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이에 민주당이 한발 앞서 '이재명 지키기'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정당한' 영장을 조건으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결의한 상태 아닌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왔을 때 이에 동의하지 않으려면 '정당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야 할 것"이라며 "향후 이 대표에 대한 영장이 정당하지 않다는 점을 주장하기 위한 사전 포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수원지검장 면담을 요청하며 수원지검을 찾은 민주당 의원들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 재번복 내용을 근거로 검찰이 '방북비용 대납' 프레임을 짜놓고 이재명 대표를 끼워 넣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추가 소환, 별건 범죄 수사·기소 등을 빌미로 무지막지한 회유와 협박을 시도하고 있다는 증언과 정황은 넘치고도 남는다"며 "10개월간 겁박해도 원하는 진술을 얻지 못해 이제 진술 조작까지 나선 것이냐. 진술 조작도 모자라 조작된 진술을 언론에 흘려 여론을 호도하려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들은 수원지검장과 면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청사 앞 바닥에 앉아 농성을 시작했다. 이후 이들은 입장문을 전달한 뒤 20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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