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 이상기후 현상이 경제를 마비시킬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가뭄과 폭우로 인해 개발도상국에서 식량난이 심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신흥국 채권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엘니뇨로 인한 식량난이 심화하면 물가가 다시 상승할 것이란 관측이다. 주로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등이 취약 국가로 꼽혔다. 엘니뇨 중에서도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은 기간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슈퍼 엘니뇨'에 노출된 동시에, 슈퍼 엘니뇨로 인한 농식품 물가 상승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올여름 엘니뇨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농산물 작황을 악화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북부 지역 호우피해로 쌀 생산량이 감소하며 쌀 가격이 급등세를 보인다. 인도 델리의 소매 쌀 가격은 올해 들어 약 15% 급등했다. 전국 평균 가격은 같은 기간 8% 넘게 올랐다.
태국은 인도와 반대로 엘니뇨로 강우량이 급감하며 생산량이 줄었다. 태국산 쌀 수출 가격은 지난달 말 톤당 518달러로 1년 전보다 24% 증가했다. 3대 쌀 수출국인 베트남에서 쌀 가격은 엘니뇨에 따른 공급 우려에 10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베트남에서 5% 깨진 쌀은 t당 515~525달러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식량 생산량 감소와 식량 가격 증가는 신흥국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준다. 아시아 신흥국 가계 예산에서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에 따르면 인도에서 인플레이션 바스켓(장바구니)에서 식료품 비율은 약 46%, 태국은 36%, 인도네시아는 33%다.
이처럼 신흥국 물가가 오를 경우 해당 국가 채권 수익률은 오르고 채권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올해 들어 신흥국 채권은 인플레이션이 하락해서 중앙은행 금리를 낮출 것이란 낙관론에 힘입어 지난 한 달 간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 신흥국 채권 지수(현지 통화 기준)는 올해 약 4% 상승했다. 글로벌 채권(달러 기준)의 수익률 상승 폭인 2.7%를 웃돌았다.
라지브 드 멜로 가마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식량 가격 상승은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계획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며 "엘니뇨가 초래할 수 있는 리스크를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다소 성급하게 가격을 책정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선진국에선 이상 고온 현상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CNN은 폭염이 미국 국민 수백만 명에게 피해를 주고 기업의 비용을 늘리는 사례를 소개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폭연으로 인해 더위와 관련된 질환이 확산해 GDP가 2100년까지 최대 17%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에이드리엔 아슈트록펠러재단 회복력센터는 지난 2021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미국에서 폭염으로 인한 연간 경제적 손실이 1천억 달러(약 128조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센터의 책임자인 케이시 바우만 맥클라우드는 "더위가 계속하면 인간 사고가 느려져 집중력이 떨어진다"며 "특히 농업과 건설업 피해가 극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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