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경보'가 내린 광주광역시에서 비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유럽 순방길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이 그간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고리로 '수해 우려에도 조기 귀국하지 않았다'고 비판해 왔기 때문에 '내로남불'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광주시에 따르면, 강 시장은 '지속가능 도시 비전' 모색 등을 위해 오는 8월 2일까지 유럽 4개국 6개 도시를 방문한다. 방문 도시는 독일 베를린·뉘른베르크·라이프치히, 스페인 바르셀로나, 스웨덴 말뫼, 덴마크 코펜하겐 등이다.
강 시장이 유럽 순방길에 오른 것은 지난 22일이다. 광주에는 이날부터 많은 비가 내렸다. 광주기상청은 지난 21일, 22일 새벽부터 24일까지 장맛비가 이어지면서 강한 비가 집중될 것으로 예보한 바 있다. 이에 광주광역시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는 '비상 3단계'를 발령하고, 전 직원 비상근무를 소집했다.
실제로 광주에서는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광산구 하남산단 6번로를 달리던 차량 두 대가 침수돼 탑승자들이 구조됐고, 광산구 수완지구 일대가 침수돼 두 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광주에서는 전날까지 약 22건의 호우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출장길에 오른 강 시장은 현지에서 전화 통화로 재난 대책 상황을 점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 대변인 관계자는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국외 일정이 미리 잡혀 있었다. (호우 피해 상황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 되면 해외 일정을 미룰 계획이었으나, 광주에는 특별하게 인명 피해가 있지는 않았다"며 "(비 피해가 컸던) 중부지방처럼 긴박한 상황이라면 출장 일정을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백경훈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전라도 폭우 피해 속 '지속이 가능한 도시'를 본다고 유럽으로 출장 간 강기정 광주시장은 내로남불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피해 상황을 몰랐다기엔 누적된 피해가 적지 않고, 집중호우 또한 예견되어 있었다. 그동안 민주당의 논리대로면, 당장 조기 귀국 해야 맞는 것 아닌가"라고 쏘아붙였다.
앞서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당시엔 "컨트롤타워 공백 사태가 빚어졌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였다"며 비판한 바 있다.
한편, 민주당의 박병석 전 의장과 박정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윤준병·최기상 의원은 지난 23일 수해 피해 속에 5박 6일 일정으로 베트남·라오스 해외 출장길에 올랐으나, 비판이 쏟아지자 조기 귀국을 결정하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수해 피해 지원과 복구를 담당하는 국회 환노위 위원장도 포함돼 더 큰 파장이 있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에 대해 "수해 관련 소관 상임위인 환노위원장인 박정 의원이 나서서 민주당 의원들을 이끌고 해외 방문을 한다고 하니 더욱 기가 찬다"며 "무슨 일이 그리도 시급하기에 전국을 집어삼키고 있는 수해 피해를 뒤로 하고 의원 외교에 나서야 한단 말인가"라고 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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