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개 인구소멸위험 지자체장 협의회의 회장인 송인헌 괴산 군수(67·사진)는 “그 많은 저출산 대책 예산이 왜 효율을 내지 못하는지 따지려면 중앙 정부 주도의 재원 배분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주제를 정해 놓고 지방자치단체를 경쟁시키는 현행 지원 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국 243개 지자체 중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지자체는 24일 기준으로 89곳이다. 대부분이 인구 3만 명 내외로 생존 위기에 처해 있다. 협의회 창립을 위한 준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발족했다. ‘1004의 섬’으로 유명한 신안군의 박우량 군수와 송 군수 등 11개 군수가 의기투합했다. 26일 서울에서 창립총회 개최와 함께 정식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송 군수는 협의회 출범을 계기로 인구 반등을 위한 각종 규제의 개선책을 정부에 건의할 생각이다. 그는 “89개 지자체장으로부터 받은 건의 사항이 한 트럭 분량”이라고 했다. “괴산군 문광면에 은행나무길이 있어요. 양곡저수지를 둘러싼 은행나무들이 가을이면 장관을 이루는 괴산의 대표적인 관광지입니다. 그런데 이곳이 농업진흥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카페 하나 못 짓습니다. 카페 정도는 집과 함께 만들 수 있도록 해야 청년들이 돌아오지 않겠어요.”
행정안전부가 각 지자체에 재원을 균등 배분하는 식으로는 인구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 송 군수의 신념이다. “정부가 돈을 쏟아붓는데도 인구 소멸 지역이 계속 늘어나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재원 배분 방식을 바꾸는 걸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중앙 정부가 공모로 지자체에 예산을 배분하는 현행 방식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각 지자체가 특성과 역량에 맞게 사업을 제안하면 타당성을 검토해 예산을 책정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다.
1조원 규모로 조성된 지역소멸대응기금만 해도 89개 지자체가 나눠먹기식으로 가져간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민간과 협력해 기금 규모를 키우되 사업 선정 방식을 바꾸기로 하는 등 개선안을 준비하고 있다.
송 군수가 협의회의 위원장직을 맡은 것도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서다. “89개 지자체장이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야 좋은 것은 배우고, 중복으로 인한 비효율은 제거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송 군수는 군내에선 ‘승률 90%’의 승부사로 통한다. 지난해 6월 당선된 이후 약 1년간 49번의 정부 사업을 따냈다. 10번 도전장을 내면 9번꼴로 최종 승자로 남았다. 이렇게 확보한 사업비가 총 3151억원에 달한다. 그 덕분에 괴산군은 지난해 총예산 7852억원(추경 포함)을 확보했다. 군 역사상 최대 규모다. 1인당 예산액(약 2100만원)으로는 충청북도 내 1위다.
괴산군은 이번 수해로 상당한 피해를 봤다. 564명(19일 기준)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1957년 대한민국 최초의 자력 기술로 축조된 괴산댐은 한때 월류 현상을 겪기도 했다. 송 군수는 향후 재해 예방 대책과 관련해 “이번 피해를 계기로 괴산댐 관리를 한국수력원자력에서 한국수자원공사로 이관하는 것을 포함해 홍수에 취약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괴산=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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