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록펠러센터 인근 거리는 최근 미국작가조합(WGA)과 배우·방송인노동조합(SAG-AFTRA)의 시위가 한창이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배우 새라 시츠는 “그들(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기업)이 큰돈을 벌 동안 우리는 푼돈만 받았다”며 파업의 이유를 설명했다.
파업에 먼저 들어간 건 작가조합이었다. 영화·TV제작자연맹(AMPTP) 산하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디즈니, NBC유니버설, 파라마운트, 소니 등과 임금 인상 교섭을 6주간 진행했지만, 협약 만료를 앞두고 결렬됐다. 최근 들어 배우조합도 파업에 뛰어들었다.
양대 조합은 더 나아가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배우가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아도 마치 현장에서 연기한 것처럼 연출할 수 있게 되면서 일자리를 위협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전투 장면을 찍을 때 과거엔 주인공 주변에서 싸우는 수백 명의 조연 배우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AI 기술로 대체할 수 있어서다. 작가들도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챗GPT의 등장으로 대본 제작에 필요한 자료 조사 업무가 줄었다. 업무가 줄면서 일자리도 감소했다.
제작사들로선 AI 기술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날이 갈수록 영화 제작에 필요한 투자 비용이 많아지고, 유명 할리우드 배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나머지 비용을 감축해야 할 필요가 커져서다.
실제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약 7800개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업무 관련 고용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작가와 배우들이 유례없는 규모의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이들도 큰 흐름을 거스르긴 힘들어 보인다. AMPTP는 AI와 같은 기술 사용과 관련해 작가 및 배우 조합들과 연례 회의를 여는 정도에서 타협점을 찾고 있어서다.
그나마 미국은 고용과 인력 감축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는 노동유연성이 확보된 만큼 기업들이 운용의 묘를 발휘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노동자의 권리가 견고하게 보호받고 있는 유럽연합(EU) 등의 경우 기업들이 AI를 활용한 인력 감축을 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마 한국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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