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발달로 데이터센터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송전망에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전력 사용량이 많은 데다 기업들이 고려하는 데이터센터 입지가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송전망에 주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이들 데이터센터를 발전소 인근 지방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전력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한전에 전력 공급을 신청하고 대기 중인 데이터센터는 전국 110개이며 이 중 83개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이를 감당하려면 전국적으로 6574㎿의 전기가 필요하며 이 중 수도권 데이터센터에는 4796㎿ 공급이 필요하다. 수도권 데이터센터를 제대로 가동하려면 원전 3~4기를 지어야 할 판이다.
이뿐 아니다. 실현 여부는 미지수지만 기업들이 2032년까지 지을 계획이라고 밝힌 신규 데이터센터는 전국에 1224개나 되며 이 중 수도권이 925개로 전체의 75.6%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경기에 688개, 인천에 167개, 서울에 70개다. 데이터센터 1224개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량은 7만7684㎿이며 수도권은 전체의 72.3%인 5만6149㎿를 차지한다. 이를 가동하려면 원전 40기가 필요하다. 한전은 이 정도를 공급할 여력은 없으며 공급 가능한 용량은 4.3%(40개) 정도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한전이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제때 전력망을 늘리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전은 지난 5월에도 경영난 해소를 위한 자구안을 발표하면서 일부 전력망 건설 시기를 미뤄 2026년까지 1조3000억원을 절감하겠다고 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한전이 적자로 인해 송·변전망에 제때 투자하지 못하는 사이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 등 수도권 전력 수요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밀집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IT업계에선 데이터센터가 수요처와 가까워야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빨리 대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데이터센터 입지로 수도권을 선호한다. 하지만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들어서면 필요 전력을 원전, 태양광, 풍력 등의 발전소가 밀집한 동해안이나 남해안 일대에서 끌어와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송전망 확충이 불가피하다. 한전 관계자는 “송전망 건설은 아무 문제 없이 이뤄지더라도 보통 7~8년 걸리는 데다 주민들이 반발하면 협의 과정에서 시간이 훨씬 더 많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수도권으로 몰리는 데이터센터를 다른 지역으로 적절히 분산하지 않으면 송전망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 6월 22.9㎸ 전압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수도권이 아니라 지방에 지으면 전기시설 부담금을 50% 할인하도록 한전 약관을 고쳤다. 변전소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데 쓰는 공사비용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3월 말에는 전력망에 지나친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되면 한전이 전기 공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 시행령을 고치기도 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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