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 25일 17:1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창수 F&F 회장(사진)이 자신이 보유한 F&F홀딩스 지분을 가족회사인 에프앤코에 또 매각했다. 지난 4월에 이어 이달 들어 두 번째다.
이를 통해 김 회장이 확보한 자금은 약 280억원에 달한다. 그룹과 지분 관계가 얽히지 않은 비상장 회사를 활용해 승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5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12일 F&F홀딩스의 주식 41만500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에프앤코에 넘겼다. 평균 처분 단가는 1주당 1만9480원으로 약 80억원 규모다.
김 회장은 지난 4월에도 보유한 F&F홀딩스의 주식 86만3930주를 에프앤코에 넘겼다. 당시 평균 처분단가는 2만3150원으로 200억원 규모였다.
김 회장의 잇따른 지분 매각으로 에프앤코는 F&F홀딩스의 지분 3.26%를 확보하게 됐다. F&F그룹 계열사와 지분 관계가 없었던 비상장 회사가 단숨에 F&F그룹 지주사의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게 된 것이다.
에프앤코는 김 회장이 보유한 비상장 화장품 회사다. 화장품 브랜드 ‘바닐라코’를 통해 뷰티 사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9년까지 F&F의 자회사였으나 김 회장이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서 개인 회사로 바뀌었다.
에프엔코는 김 회장과 특수 관계자가 지분 88.96%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이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장남인 김승범 F&F 디지털 본부 총괄이 상무 이사로 재직 중이다.
IB 업계는 김 회장이 보유 지분을 에프앤코로 넘기는 배경으로 경영권 승계를 꼽는다. 지분 매각으로 현금을 확보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수 있고 가족회사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주사에 대한 김 회장의 우호 지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증권가에선 비상장사인 에프앤코가 향후 F&F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 회장이 F&F홀딩스 주식을 계속해서 에프앤코에 넘길 경우 에프앤코가 지주사를 지배하는 ‘옥상옥’ 형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에프앤코의 이익 잉여금은 지난해 12월 기준 900억원 수준으로 지주사의 지분을 매입할 실탄이 충분하다"며 "F&F홀딩스의 주가도 하락세인 만큼 추가 매입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말했다.
F&F는 2021년 인적 분할을 하면서 지주회사인 F&F홀딩스를 존속 회사로 두고, 사업회사인 F&F홀딩스가 F&F를 지배하고 있다. F&F홀딩스는 김 회장과 오너일가가 지분 91.71%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의 지분율은 지난해 말 67.68%에서 현재 64.42%로 소폭 줄었다.
비상장사를 이용해 지분을 매입하는 중견 기업은 F&F뿐 아니다. 비상장사 고려디앤엘은 최근 LF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입하면서 지분율 9.22%로 LF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장남 구성모 씨가 이 회사의 최대 주주다. 비상장사인 피에몬테는 휠라홀딩스의 주식을 매수해 지분율은 지난해 말 26%대에서 올해 32%대까지 높였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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