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다시 표결에 부쳐진 법안과 인사에 관한 것은 무기명으로 표결한다. 이에 따라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선거와 국무총리·대법원장·대법관·헌법재판소장·헌법재판관·감사원장·중앙선거관리위원 임명동의안,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탄핵소추안,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은 무기명으로 한다.
이 가운데 체포동의안까지 인사로 보고 무기명으로 표결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찬반 논란이 일어왔다. 기명 표결 주장 측은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국회의원의 책임성 높이기를 그 이유로 든다. 그러나 소신 투표가 어렵다. 동료 의원 체포동의안에 공개적으로 찬성하기 쉽지 않다. 국회의원이 외압에 시달리지 않고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하게 한다는 무기명 투표의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에 대해 “입법 사안인데 조기에 기명 투표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당 혁신위원회의 제의에 화답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의도가 영 개운찮다.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과 관련,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 기명 투표로 바꾼다면 공천권 등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대표 체포동의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할 의원이 얼마나 될까. ‘수박’(이 대표에 반대하는 정치인) 색출에 혈안인 ‘개딸’들의 융단폭격은 또 어떻게 견딜 수 있겠나. 지난 2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때 민주당 내 대거 반란표가 나온 것은 무기명 표결 때문에 가능했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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