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은행이 지역은행 위기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위기에 처했던 팩웨스트뱅코프를 인수한다. 연방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위기를 타개하면서 캘리포니아 지역 은행업계도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올해 초 지역은행 위기 이후 대출기관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캘리포니아 은행이 팩웨스트를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말 기준 캘리포니아은행 자산은 약 94억달러, 팩웨스트는 380억달러로, 합병으로 자산 규모 360억달러, 대출 250억달러, 총 예금 310억 규모의 은행이 탄생한다고 양사는 밝혔다.
두 은행 모두 대부분의 영업점이 캘리포니아주에 있으며, 로스앤젤레스(LA)에 본사를 두고 있다. 캘리포니아은행 시가총액은 8억4900만달러 규모로 팩웨스트(9억800만달러)에 약간 못 미친다. 자레드 울프 캘리포니아은행 CEO는 팩웨스트에 근무한 적 있다.
인수합병(M&A) 가치는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가 조금 넘는다. 사모펀드인 워버그핀커스와 센터브릿지가 총 4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19%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번 합병은 M&A 시장에서 볼 때 대형 계약은 아니지만, 건전성 위기에 빠진 은행 부문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란 게 업계의 평가다. 팩웨스트는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자 한 차례 위기설을 겪었다. 기술(IT)기업이 주 고객이고, 보험 가입 예금 비율이 높지 않아 SVB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팩웨스트는 올해 상반기에만 예금액이 18% 감소했다. 위기관리 차원에서 지난 5월 26억달러 규모의 부동산 대출 포트폴리오를, 6월에는 35억달러 규모의 특수금융 대출 패키지를 매각했다.
금리 상승으로 하락한 팩웨스트의 대출·채권 가치가 인수의 마지막 변수였지만, 캘리포니아은행은 두 사모펀드의 자금 지원을 통해 자본 공백을 메울 수 있게 됐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캘리포니아은행은 11.17% 오른 14.62달러, 팩웨스트는 27.04% 내린 7.6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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