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작사가를 대신해 방송사들로부터 음악 사용료를 징수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가 방송사에 사용료를 과다하게 청구하고, 경쟁 사업자의 영업 활동을 방해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26일 국내 음악 저작권 위탁 관리 시장 압도적 1위 사업자인 음저협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4000만원을 잠정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1988년 이후 음악저작권 위탁관리 서비스 시장을 독점해왔던 음저협은 2015년 3분기부터는 같은 저작권신탁관리업자인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함저협)가 신규 진입함에 따라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에 의거해 방송사용료를 음악저작물관리비율에 따라 나누어 징수해야 했다.
하지만 음저협은 정확한 관리 비율 산정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구실로 과거 독점 사업자였을 때 관리 비율을 그대로 적용하거나 관리 비율을 임의로 높게 설정해 KBS, MBC 등 59개 방송사에 방송 사용료를 과다하게 청구·징수했다.
함저협은 관리저작물 점유율이 2017년 2.9%에서 2021년 32.5% 수준까지 올라왔으나, 음악 사용료 징수액 점유율은 2021년 2.2%에 그쳤다. 음저협은 2021년 저작물 점유율 67.5%, 징수액 점유율 97.8%를 기록했다.
음저협은 과도한 관리 비율을 적용한 계약에 합의하지 않으면 음악 사용이 중단되고 법적 절차가 될 것이라고 통보하거나 사용료율 인상을 통보하는 등의 방식으로 방송사를 압박해 사용료를 받아냈다.
이 때문에 방송사들이 사용료 대부분을 음저협에 내면서 함저협에 대한 방송 사용료 지급이 위축됐고, 함저협은 출범 이후 줄곧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공정위는 "음저협의 행위는 함저협의 사업 확대 기회를 차단하고 방송사들이 방송사를 초과 지급하도록 했다"며 "방송 사용료 징수 방식에 관한 혁신을 저해하는 등 경쟁 제한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방송사에 과다한 사용료를 청구한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 함저협의 사업 활동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조항을 적용해 제재했다. 공정위가 저작권 분야에서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를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육성권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함저협이 정당하게 자신의 몫을 징수하게 되고 방송사들의 방송 사용료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콘텐츠 분야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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