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대통령은 팬데믹으로 인한 대규모 통화 팽창에도 이자율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을 채택해 왔고,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서는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이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 결과 튀르키예의 이자율은 2021년 연 19%에서 8.5%까지 내려갔지만 이로 인해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 86%에 달했고, 최근에도 40%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에르도안은 지난달 이자율을 연 15%로 인상했고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런 정책 변화에도 리라화 가치는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 불과 2년 전인 2021년 7월, 달러당 7리라 수준이던 환율이 올해 7월 달러당 26리라까지 치솟았다. 대선 직전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카타르·아랍에미리트와의 통화스와프,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의 50억달러 규모 외화자금 차입 등의 방안으로 리라화 가치를 방어했지만 그럼에도 외환보유액이 계속 감소해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었다.
이 같은 튀르키예의 국내 경제 상황과 유럽과의 밀접한 경제 관계를 감안하면 스웨덴의 NATO 가입을 계속 거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튀르키예는 전체 수출 중 41%를 유럽에 수출하고 26%를 수입해 온다. 대부분의 해외투자가 유럽으로부터 이뤄졌고, 상당수 유럽 회사가 튀르키예를 차량·철강 등 주요 부품 및 완제품 생산기지로 활용해 고용 측면에서도 유럽은 중요한 협력 파트너였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에르도안의 권위주의적 정치 행태로 서구와의 관계가 긴장되면서 무역·투자 등에서 정체가 이뤄지고 튀르키예의 경제적 상황이 악화됐다. 어느 시점에선가 관계 개선이 긴요한 상황이었다.
2016년 이후 튀르키예와 러시아가 긴밀해진 배경은 서구 국가에 대한 양국의 불만 등 공통된 이해관계에 기인한 것이었다. 러시아는 NATO 균열을 위해 튀르키예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러시아는 튀르키예에 S-400 방공 시스템을 제공하고 200억달러 규모 재원을 투입해 튀르키예 최초의 원전인 아쿠유 원전을 가동시켰다. 또 시장가격보다 3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상당 규모의 원유를 튀르키예에 제공해 왔다. 이와 같이 튀르키예와 러시아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했는데 최근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 등 러시아가 가장 어려운 시점에 튀르키예는 러시아에 압력으로 느껴질 스웨덴의 NATO 가입을 승인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튀르키예가 러시아와의 관계를 등한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에르도안은 현시점에서 서구와의 관계 개선이 최우선 순위이었기에 긴밀했던 관계인 러시아와의 협력을 후순위로 두었을 뿐, 향후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그때 상황에 따라 판단할 것이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은 에르도안이 서구에 스웨덴 카드를 사용해 러시아를 희생시키고 튀르키예 국익을 최대화한 점을 분명하게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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