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기술 보호 문제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관계로만 보는 편협한 시각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술 보호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의 특허 등록 기술을 중소기업이 도용해 제품을 만든 뒤 해외에 유출하려다 적발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술 유출 문제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시각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기술 유출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임직원에 의한 기술 유출이다. 일반적으로 기술 개발에서 공개되지 않은 암묵적인 지식이나 노하우가 중요하기 때문에 관련 임직원이 다른 기업에 유출하는 방식이 가장 흔하다. 중국에서는 반도체 기업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에게 접근해 부수입을 제공하고 기술을 빼내는 방법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술 유출이 시도되고 있다. 둘째는 명시적 지식을 무단 도용하는 유형이다. 공개된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거나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기존 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만드는 방식이다.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사전적으로 관리체계를 마련해 대응해야 한다. 중국 등 해외에서 발생하는 기술 유출은 복합적이기 때문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응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해외에서 직·간접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받지만, 각자 고군분투할 뿐 이렇다 할 정부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를 막겠다고 나섰다. 기술 유출의 본질이 대·중소기업 간 문제가 아닌데 정부는 본질은 외면하고 허상을 따라가는 형국이다. 일부 언론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 언론은 ‘대기업에 기술 빼앗긴 중소기업의 탄식’이라는 제목으로 대기업을 ‘악마화’한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 내용은 안타깝지만 중소기업이 일부 승소했다는 시점은 2021년 12월이다. 과거를 현재처럼 보도한 것은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사건에 영향을 주려는 게 아닌지 충분히 의심받을 수 있다. 결론이 나지 않은 사건에서 기술 탈취라는 단정적 용어를 사용한 것도 의혹을 더한다. 언론과 정치권, 그리고 정부가 선악의 틀에서 벗어나야 기술을 보호하고 혁신의 길을 열 수 있는 본질적 방안이 보인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기술 보호 관점에서 기술 유출 유형에 따른 종합 대책을 내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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