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점 폭발에 따른 ‘태양풍’의 방해를 이겨내고 달 착륙에 성공한 황선우(도경수 분) 대원. 한국인 최초로 달 표면을 밟는 감격에 젖어들 무렵, 칠흑 같은 하늘에서 유성우(流星雨)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선우는 달 탐사용 월면차에 올라 폭탄처럼 터지는 유성우를 피해 달 표면을 질주한다.
다음달 2일 개봉하는 영화 ‘더 문’ 중반부에 나오는 유성우 낙하 장면이다. 예고편에도 등장하는 이 장면에선 이전 한국 영화에서 거의 볼 수 없던 ‘우주 스펙터클’이 그럴듯하게 펼쳐진다. 마치 달에 온 것처럼 실감 나고 박진감 넘친다.
지난 25일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용화 감독이 말한 대로 실제 액션과 시각특수효과(VFX)를 적절히 결합한 ‘우주 볼거리’ 중 하나다. ‘더 문’은 2017년과 2018년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 두 편으로 모두 2668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인 ‘쌍천만 감독’이 약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주호민의 웹툰이 원작인 ‘신과 함께’에선 상상력을 총동원해 저승세계를 기발하게 보여줬다면, ‘더 문’에선 2029년을 배경으로 우주와 달의 세계를 과학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시나리오를 쓴 김 감독은 극중 달 탐사선인 ‘우리호’ 발사와 태양풍 사고 이후 살아남은 선우의 달 착륙, 유성우가 쏟아지는 달, 극적인 달 탈출 등 영화 속 장면과 내용에 대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에서 일하는 ‘우주 박사’들에게 검증받았다고 했다. 일반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비과학적이거나 사실과 크게 어긋난 ‘옥에 티’를 찾기란 쉽지 않을 듯싶다.
영화는 선우를 포함한 대원 세 명이 탑승한 한국의 두 번째 유인(有人) 달 탐사선 우리호가 발사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이야기는 태양풍 사고로 달에 홀로 고립된 선우를 중심으로 5년 전 한국의 첫 유인 달 탐사선 ‘나래호’ 폭발 사고 이후 지리산 천문대에서 칩거하다 선우를 구조하기 위해 나서는 전임 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 분), NASA에서 고위직으로 근무 중인 문영(김희애 분)을 축으로 진행된다.
‘더 문’이 김용화표 영화란 것을 보여주는 대목은 그럴듯한 VFX와 함께 이 세 명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드라마다. 선우는 5년 전 사고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우주센터 직원(이성민 분)의 아들이고, 문영은 재국의 전처다.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보여준 죄책감과 용서, 화해라는 주제를 다시 등장시킨 셈이다. 전작의 흥행을 이끈 드라마적 요소를 또 꺼내 들었지만 다소 거칠다.
특히 극중에서 서로 마주칠 일이 없는 이들 셋이 원격으로 조우하는 하이라이트 장면은 호불호가 엇갈릴 만한 대목이다. 재국의 고백에 선우가 마음을 돌리고, 문영이 선우를 구하기 위해 인류애를 호소하는 장면에선 눈물이 웃음으로 바뀌는 감정적 쾌감을 경험할 수도 있고, 반대로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투덜거릴 수도 있겠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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