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하락으로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집주인을 대상으로 은행 대출 규제가 앞으로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된다. 최근 고금리 기조에도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관련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역전세난에 따른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고육지책이란 평가다. 다만 대출 한도를 보증금 차액으로 제한하고, 대출받은 집주인은 본인 부담으로 전세금 반환보증 상품에 의무 가입하도록 하는 등 보완책도 시행한다.
지원 대상은 규제 완화 방침이 발표된 지난 3일 이전 임대차계약이 체결돼 내년 7월 31일까지 계약기간이 끝나는 집주인으로 한정한다. 대출 한도는 원칙적으로 전세금 차액(기존 전세금-신규 전세금)이다. 전세금 반환 용도로만 대출이 가능하도록 은행에서 세입자 계좌로 직접 입금해준다. 세입자가 전세자금대출을 받았다면 이에 해당하는 금액은 취급 은행으로 입금된다.
집주인에 대해선 반환 대출 이용 기간에 신규 주택 구입도 금지된다. 몰래 집을 샀다가 적발되면 대출이 전액 회수되고 앞으로 3년간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집주인이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경우에도 완화된 대출 규제가 적용된다. 이때 한도는 일단 전세보증금 전액으로 하되 1년 내 후속 세입자를 구해 해당 전세금으로 대출금을 상환(중도상환수수료 면제)해야 한다. 끝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집주인이 입주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약정 위반에 따른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고 은행에서 최소 2년간 실거주 여부를 모니터링한다. 처음부터 집주인이 입주하는 경우에도 대출 실행 후 한 달 내 입주해야 하며 마찬가지로 2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금융공사, SGI서울보증 등 보증기관에서 신규 상품도 한시적으로 내놓는다. 기존 상품과 달리 전세보증금 한도가 없는 게 특징이다. 세입자가 가입하고 집주인이 보증료를 부담하는 상품은 27일부터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집주인이 직접 가입하는 상품은 다음달 출시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불필요한 대출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를 도입한 만큼 이번 규제 완화로 가계부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향후 1년간 운영 실적을 종합 검토해 연장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호기/최한종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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