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6일 사상 처음 4조원대 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하며 확 달라진 ‘체급’을 증명했다. 10년 만에 기록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로 제너럴모터스(GM), 테슬라 등을 제치고 글로벌 자동차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자랑했다. 매출 역시 창사 이후 처음으로 40조원 벽을 훌쩍 뛰어넘었다. 높아진 차값과 고금리 부담, 경기 침체 등으로 ‘피크 아웃’(정점 후 하락)할 것이란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셈이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12조원을 목표로 내걸었던 현대차는 상반기 판매 호조에 힘입어 최고 14조7500억원까지 올려 잡았다. 하반기 줄줄이 출격 대기 중인 신차 효과와 글로벌 시장에서 커진 현대차의 존재감, 경기 연착륙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결코 무리한 목표가 아니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현대차가 몸집과 내실을 동시에 잡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의 2분기 경영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수치는 ‘영업이익률 10%’다. 2013년 2분기(10.4%) 후 10년 만에 두 자릿수를 달성했다. 앞서 성적표를 내놓은 GM(7.2%)은 물론 테슬라(9.6%)도 앞질렀다. 대중차 브랜드가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올린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렇게 수익성이 좋아진 데는 ‘비싼 차’ 중심의 믹스(차종별 비중)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 팰리세이드 싼타페 투싼 등 마진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제네시스의 판매 비중은 2분기 58.7%로 1년 새 0.9%포인트 높아졌다. 2년 전에 비하면 6.1%포인트나 늘었다. 친환경차 판매 비중도 작년 13.2%에서 올해 18.1%로 크게 뛰었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2분기 글로벌 평균판매가격(ASP)이 전년 동기 대비 5.9% 상승했다”고 말했다.
수요 감소 리스크에 불을 붙였던 경기 침체 우려도 현대차는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서 부사장은 “경쟁 심화 우려가 커지고 추가 금리 인상, 원화 약세 지속 여부 등 불확실한 거시 환경이 계속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실제 판매에선 (그런 우려가 현실로) 많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불황이 닥치더라도 회사의 수익성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적 호조는) 시장이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제네시스와 고수익 SUV 중심으로 믹스가 개선되고 시장에서 호평받은 결과”라며 “경기가 둔화하더라도 실적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연간 실적 목표치도 올려 잡았다. 올해 1월 6.5~7.5%로 제시한 영업이익률 목표는 8~9%로, 매출 증가율은 10.5~11.5%에서 14~15%로 상향 조정했다. 이 목표대로면 올해 연간 매출은 최고 163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14조7500억원이 된다. 국내 상장사 1위 자리를 굳힐 만한 성적이다. 27일 2분기 실적을 공개하는 기아도 분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 3조원을 웃도는 ‘역대급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됐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