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에도 실적 부진을 이어갔다. 영업이익은 6685억원으로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악을 기록한 1분기(6402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경기 침체로 업황 악화가 지속되며 삼성전자의 핵심인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2개 분기 연속 4조원대 적자를 낸 여파다.
다만 올 하반기부터는 본격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반도체 감산 효과와 재고 감소 영향, 조기 출시되는 갤럭시Z5 시리즈 등이 3분기 실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익 66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26% 감소했다고 27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60조55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7236억원으로 같은 기간 각각 22.28%, 84.47% 줄어들었다. 회사 측은 "영업이익은 스마트폰 출하 감소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며 "DS부문 적자폭 축소와 디스플레이·TV·생활가전 수익성 개선 등으로 전 분기보다는 소폭(283억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원화 약세로 인한 환차익도 수익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2분기 연구·개발비는 7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에 이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시설투자도 14조5000억원으로 2분기 역대 최대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메모리반도체는 DDR5와 HBM(High Bandwidth Memory) 중심으로 인공지능(AI)용 수요 강세에 대응해 D램 출하량이 예상 가이던스를 웃돌며 전 분기 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재고는 지난 5월 피크아웃(Peak out·정점 후 하락)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된다. 시스템LSI는 모바일용 부품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고객사 재고 조정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파운드리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 수요가 약세를 보인 가운데 라인 가동률이 하락해 이익이 줄었다.
스마트폰·TV·가전 등을 만드는 DX부문 매출은 40조2100억원, 영업이익 3조8300억원으로 집계됐다. MX(Mobile eXperience)는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 감소 추세 속에 플래그십 신제품 출시 효과가 줄면서 프리미엄 비중이 감소했고, 경기 침체로 중저가 시장 회복이 지연돼 전 분기 대비 매출이 줄었다. 회사 측은 "갤럭시S23 시리즈가 전작 대비 견조한 판매를 이어갔고, A시리즈 상위모델 등의 판매 호조로 두 자릿수 수익성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네트워크는 북미, 일본 등 해외 시장 중심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영상 디스플레이(VD)는 글로벌 TV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Neo QLED △OLED △초대형 등 고부가 제품 판매에 주력, 프리미엄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탄탄한 실적을 냈다. 생활가전은 계절적 성수기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한 매출 증가와 물류비 등 비용 절감으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전장 자회사 하만은 3조5000억원의 매출과 2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만은 포터블·TWS(True Wireless Stereo) 중심으로 소비자 오디오 수요 증가와 비용 효율화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늘었다. 특히 역대 최대 규모의 전장 사업을 수주하며 성장 기반을 다졌다.
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SDC 부문 매출은 6조4800억원, 영업이익 8400억원으로 집계됐다. 디스플레이는 중소형 패널의 계절적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고급 패널 판매로 전 분기 수준의 이익을 기록했다. 대형 패널은 프리미엄 시장 내 QD-OLED 제품 입지 강화에 주력했다.
올해 2분기 시설투자는 14조5000억원 규모로 집행됐다. DS부문 13조5000억원, 디스플레이 6000억원 수준이다. 상반기 누계로는 25조3000억원으로 DS부문 23조2000억원, 디스플레이 9000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는 지난 분기와 유사하게 중장기 공급성 확보를 위한 평택 3기 마감, 4기 골조 투자와 첨단공정 수요 대응 목적으로 평택 중심 설비 투자를 진행했다.
또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및 후공정 투자도 이어갔다. 파운드리는 첨단공정 수요 대응을 위한 미국 텍사스 테일러 및 평택 공장 중심으로 투자가 진행됐다. 디스플레이는 중소형 모듈 보완 및 인프라 투자가 집행됐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글로벌 IT 수요와 업황 회복 등으로 부품 사업 중심으로 전사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DS부문에서 △DDR5 △LPDDR5x △HBM3 등 고부가 제품 판매와 신규 수주를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인프라 및 R&D, 패키징에 투자를 지속하고 반도체 신공정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Gate-All-Around) 완성도 향상 등으로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파운드리는 3나노 및 2나노의 GAA 공정 개발 완성도 향상과 대형 수주 확대를 통해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DX부문은 △폴더블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등 주요 신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TV와 가전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올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Z플립5·플립5 제품은 조기 출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예년보다 2주가량 먼저 내놔 3분기 신제품 출시 효과를 노릴 계획이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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