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직장인 정모 씨는 여름휴가를 위해 무리한 다이어트 식단을 강행했다가 계속해서 단 음식이 당기는 증상을 경험했다. 2주간 닭가슴살과 야채 등만 섭취해도 포만감이 느껴져 충분했으나, 몸에 당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무기력증을 경험했다는 게 정 씨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정 씨가 '당 중독'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씨는 "평소 군것질을 안 좋아하는데도 다이어트를 시작한 이후로는 계속 일하다 중간에 꿀물과 커피믹스, 빵을 찾게 됐다"며 "살 빼려다가 살이 더 찌게 되는 것 같아 다이어트를 잘못하고 있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정 씨뿐만 아니라 '7말8초(7월 말 8월 초)' 극성수기 휴가를 맞아 다이어트를 했다가 당 중독 현상을 경험했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다이어트 중인데 탄수화물을 안 먹어서 그런지 단 게 미친 듯이 당긴다", "초콜릿을 안 좋아하는데 이번 다이어트 이후 대용량으로 구매했다", "초절식 다이어트 중인데 밀크커피는 못 끊겠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과도한 다이어트로 피로감이 동반되면 우리 몸이 당을 찾게 되고, 당분을 섭취하면 '세로토닌'이 분비돼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설탕 섭취로 혈액 내 포도당 수치가 높아지면 1시간~1시간 30분 내로 각성 효과가 사라지고 피로도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다이어트 시 탄수화물과 단백질 등 충분한 영양소 섭취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쉽게 당 중독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 중독은 당뇨병과 고혈압, 뼈조직 손상, 피부 건강 불균형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당 섭취가 급속도로 늘어나면 인슐린 분비가 증가해 혈당을 다시 내리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 당 성분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김경민 경민대학교 식품영양과 교수는 "한꺼번에 살을 확 빼려고 한다기보다 '일주일에 50g을 빼겠다' 이런 식으로 사소하더라도 분명한 목표 의식을 세워서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 끼를 먹더라도 균형 있는 식사가 아닌, 채소만을 먹어 '배부르다'는 식으로 '가짜 배부름'을 느끼는 것은 물리적 포만감이기 때문에, 몸에서 당분을 계속 찾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분 섭취로 혈당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라면 단 음식이 당기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체중을 줄이기 위해선 얼만큼을 덜 먹고 줄여야겠다', 이런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주일에 하루 정도 단 음식을 먹는다면 첨가당보다는 포도당, 단호박과 고구마 등 채소나 과일에 당분이 있는 것을 먹어주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일일 설탕 권장량으로 전체 열량 소비의 10% 미만이 될 것을 권고했다. 정상 체질량지수를 가진 성인의 경우, 하루 최대 설탕 6스푼(25g) 이하를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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