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부 배모씨(28·서울 강북구)는 결혼식에 드는 비용을 아끼려고 서울시가 대관해주는 공공예식장을 알아봤다가 싸지 않은 견적에 마음을 접었다.
서울시가 공간을 빌려주고 예식전문업체를 소개해주는 사업 ‘나만의 결혼식’이 예비부부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비용이 싸지 않은 데다 결혼식 공간으로 개방하는 공공기관 24곳(실내 8곳, 야외 13곳, 한옥 3곳) 중 대다수는 하객을 맞이하기 적합하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혼부부 지원사업 ‘나만의 결혼식’(올 6월 시작)을 통해 공공예식장에서 식을 올린 부부는 네 쌍에 그쳤다. 기업 후원으로 예식을 치른 두 쌍을 빼면 자발적 공공예식장 이용은 두 쌍에 불과하다. 오는 11월까지 공공예식장 예약은 22건에 머물고 있다. 서울·강북노동자복지관, 보라매시민안전체험관 등 14곳은 예약이 단 한 건도 없다.
예비부부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사업 취지와 달리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불만이다. 일반 웨딩홀처럼 기반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의자 책상 등 각종 물품을 대여해야 하고, 여기에 식대(기본 5만2000원)와 조화, 촬영, 상담수수료(150만원) 등을 합치면 1000만~1500만원이다. 일반 웨딩홀 결혼식의 평균비용보다는 저렴한 편이지만 ‘작은 결혼식’(평균 719만원)에 비하면 오히려 비싼 편이다.
대여 공간 중 결혼식을 올리기 마땅치 않은 곳도 적지 않다. 식당 시설을 제대로 갖춘 곳은 서초구 인재개발원 단 한 곳이다. 일부 공간에선 케이터링(출장 연회 서비스)이나 도시락을 주문해야 한다.
올해 서울시가 이 사업에 투입하는 예산은 3300만원에 불과하다. 정책 홍보와 사무관리비 명목이다. 서울시는 시설 사용 관련 규정 사항을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천주환 가족다문화담당관은 “최근 2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식장을 새롭게 발굴하고 전통 혼례만 가능하던 일부 식장에선 일반 결혼식도 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등 사업을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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