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후한 평가를 주기는 어렵다. 과감하고 근본적인 개편보다 또다시 ‘찔끔 개선’에 그쳤기 때문이다. 경기 진작을 위한 세제 개편 대상 중 핵심인 법인세율과 상속세율 인하는 쏙 빠졌다. 지난해 과세표준 구간별로 1%포인트씩 내리긴 했지만, 지금처럼 높은 법인세율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자본을 유치하기 어렵다. 73년째 고착화한 징벌적 상속·증여세 틀은 이번에 손도 못 댔다.
첨단산업 육성 의지도 체감하기엔 미흡하다. 바이오의약품을 국가전략기술·시설로 지정해 최대 25%까지 투자세액 공제를 해주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일반 산업의 연구개발(R&D) 세액공제를 확대해 달라는 기업의 요구는 외면했다. 일반 산업 기준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0~2%, 중소기업 25%로 차등 적용되는데, 글로벌 기술 경쟁의 첨병 역할을 하는 대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이 부족해 R&D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해외 진출 기업의 유턴 지원도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정도로 0%대 저성장 고착화 우려가 커지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긴 역부족이다.
전 세계 국가들 사이에 무역장벽이 높아지는 탈세계화 시대에는 더욱 과감한 기업 지원이 필요하다. 전기차 등 친환경 산업을 지원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은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올해 40조원 규모의 세수 펑크와 불 보듯 뻔한 야당 반대를 감안하더라도 기업의 성장 발목을 잡는 징벌적 세제를 혁파하고 투자를 지원해 민간 중심의 경제 활력을 되살리는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거대 야당도 ‘부자 감세’ 등 낡은 정치 프레임으로 세제 혁신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