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 시인(67)의 <유화부인> 속 한 구절이다. 그에게 유화부인은 단순히 ‘주몽의 어머니’가 아니다. 김 시인은 해모수에게 겁탈당하고, 아버지 하백에게 쫓겨나 감옥에서 아들을 낳아야 했던 여성의 삶에 주목했다.
김 시인은 현대 여성 문학의 대표 작가다. 197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입선하고, 이듬해 <문학과지성>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김수영문학상, 대산문학상과 영미권 최고의 상으로 꼽히는 캐나다 그리핀시문학상을 2019년 한국 시인 최초로 받았다.
여성으로서 (시를) 쓴다는 것은 김 시인의 주요 관심사다. 그는 시론집 <여성, 시하다>에서 “‘시한다’는 것은 내 안에서 내 몸인 여자를 찾아 헤매고 꺼내놓으려는 출산 행위와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김 시인은 최근 ‘2023년 T S 엘리엇 메모리얼 리더’로 선정돼 오는 10월 미국에서 낭송회를 연다. 하버드대 라몬트 도서관과 T S 엘리엇 재단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매년 시인 한 명을 선정해 낭송회와 연설 기회를 제공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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