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이 전승절이라고 주장하는 6·25전쟁 정전 70주년 행사 참석차 방북한 러시아 대표단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무인기 등을 소개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전날 김정은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 등 러시아 대표단과 회담한 뒤 ‘무장장비전시회-2023’ 전시회장을 함께 찾았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쇼이구 장관에게 최근 북한군의 무기 및 기자재를 소개하고 세계적인 무장장비 발전 추세와 발전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북한이 공개한 전시회장 사진에선 미국의 첨단 무인기인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RQ-4) 및 무인공격기 MQ-9 리퍼와 비슷한 신형 무인기도 등장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마치 윤석열 대통령의 방산 세일즈를 흉내 내는 듯한 모습”이라며 “쇼이구 장관의 방북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무기와 인력 등을 북한이 제공할 수 있을지 타진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순남 국방상은 러시아 대표단과의 연회 연설에서 “러시아 군대와 인민의 싸움에 전적인 지지를 표시한다”며 러시아를 옹호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중국에서는 우리의 국회 부의장 격인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했다. 김정은은 쇼이구 장관, 리 부위원장과 함께 27일 0시에 열린 ‘조국해방전쟁(6·25전쟁) 승리 70돌 경축 대공연’을 관람했다.
이날 오후 8시께부터 대규모 열병식을 열고 ‘북·중·러’ 밀착을 과시하기도 했다. 북한은 최근 열병식을 야간에 개최하고 있다. 낙후한 북한 실상이 노출될 위험을 최소화하고 선전 효과를 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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