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5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한 강연이 야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장관의 이날 강연 영상은 27일 기준 유튜브 ‘법무부TV’에서 78만 건가량 조회됐다. 그는 40분에 걸쳐 이민정책을 주제로 강연했다.
영상이 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이를 돌려 본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과 보좌진은 “완벽하다”며 ‘탄식’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내용의 짜임새부터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역사적인 스토리텔링까지 모두 정석에 가깝다”며 “정치인의 경제 비전 발표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강연에서 한 장관은 초반에 농지개혁만 15분에 걸쳐 설명했다. 그는 “이승만 정부의 농지개혁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는 데 가장 결정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수백 년 유지된 지배 계층이 한순간 소멸했고, 기존 대지주가 지가(地價)증권으로 생산 설비를 취득해 대한민국이 제조, 공업, 서비스업 국가로 확장할 수 있었다”며 “만석꾼의 나라에서 이병철, 최종현 등 창업 영웅들이 활약할 수 있는 대전환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승만 대통령이 과거 공산주의 활동까지 했던 조봉암 농림부 장관을 과감히 중용해 함께 농지개혁을 이뤄냈다는 점은 이 결정적 장면을 더 빛나게 한다”고도 했다.
이어 추진 중인 이민정책을 소개했다. 한 장관은 “(인구 급감과 고령화) 추세를 바꾸기는 이미 늦었다”며 “출입국·이민 정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숙련기능인력 비자(E-7-4) 쿼터를 전 정부 때보다 35배 많은 3만5000명으로 늘렸다”며 “비전문취업비자(E-9)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 중 10년간 열심히 일한 근로자에게는 기업 및 지역사회의 추천을 받아 비자 승급 심사의 우선권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한 의원실 보좌관은 “농지개혁에서 이승만과 조봉암을 같이 언급했고, 박정희의 중화학 공업 정책과 노무현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경제 발전 정책의 모범 사례로 거론한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운동권의 냉전적 관념에 갇혀 있는 민주당에선 보기 힘든 모습”이라고 평했다. 다른 의원실 선임비서관은 “민주당의 정책 발표는 ‘보수 비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이 추진하는 정책과 미래 비전을 열정적으로 말하는 모습이 신선했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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