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6·25 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은 27일 “유엔군 사령부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핵심적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엔사 축소를 추진하며 참전국들과 갈등을 빚은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유엔사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파견국 확대 등 재활성화를 지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유엔군 참전의 날·정전협정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유엔군 사령부는 한반도 유사시 유엔의 깃발 아래 우리 우방국들이 즉각적 군사 지원을 제공할 수 있게 하고, 전쟁 수행에 필수적인 유엔사 후방 기지 일곱 곳을 자동적으로 확보하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중요한 유엔군 사령부의 역할은 유엔의 역사에서도 유일하다”며 “무엇보다도 자유를 위해 연대하겠다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임 문재인 정부는 유엔사에 덴마크와 독일 등을 참여시키자는 제안을 거부하는 등 미국·유엔사와 마찰을 빚었다.
이날 행사에는 25개국 170여 명의 참전국 대표단을 포함해 4000여 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발언에 앞서 유엔군 참전용사 62명을 한 명씩 모두 무대에서 영접했다. 호주군 참전용사인 고(故) 토머스 콜론 파킨슨 일병에게 국민훈장 석류장을, 미국 도널드 리드 참전용사에게 국민포장을 수여하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기념식이 열린 영화의 전당은 옛 수영비행장 터에 자리 잡고 있다. 6·25전쟁이 발발한 지 1주일 뒤인 1950년 7월 1일 미국의 ‘스미스 특수임무부대’를 태운 C-54 수송기가 착륙한 장소다. 스미스 특임대는 한국에 도착한 지 나흘 만에 경기 오산까지 이동해 죽미령 일대에서 북한군과 교전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유엔군 참전 용사들의 넋을 추모하며,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유엔군 참전 용사 여러분은 인생의 가장 꽃다운 나이에 알지도 못하는 나라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우리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오늘의 대한민국은 유엔군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피 묻은 군복 위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에 대해서는 “6·25전쟁 기간 100만 명이 넘는 피란민의 도시에서 세계 제2위의 환적항이자 글로벌 물류 허브로 발돋움했다”며 “이제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세계박람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념공연 때는 영국의 참전용사인 콜린 새커리씨(93)가 유엔평화소년소녀합창단 등과 함께 우리 민요 ‘아리랑’을 열창했다. 새커리씨는 영국의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2019년도 우승자로 유명하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앞서 부산 대연동에 있는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데임 신디 키로 뉴질랜드 총독, 그자비에 베텔 룩셈부르크 총리 등 유엔 참전국 정부대표단과 함께 유엔군 위령탑에 헌화하고 묵념했다. 현직 대통령이 유엔군 위령탑을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26일(현지시간) 포고문을 내고 정전 70주년을 기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오늘 누리는 안보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 싸운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기리자”며 “한국과의 동맹이 계속해서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촉구했다.
한편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이날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아 수산물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지역 어업인 및 시장 상인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오염수 괴담’ 피해를 호소하는 한 상인에게 “현명한 우리 국민은 괴담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김동현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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