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6년 봄, 종이 28장을 이어 붙여 만든 두루마기와 화구를 품에 안고 사생 유람을 떠난 정수영은 한강, 남한강, 한탄강, 임진강, 북한산, 관악산 등 2년여간 명승을 두루 다니며 이 실경산수화를 그렸다.
<한강, 그리고 임진강>을 쓴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는 “정수영은 정조 임금 시절 벼슬살이를 전혀 하지 않은 선비로 유명 작가는 아니지만 천리 여행길의 흥취를 고스란히 담아냈다”고 평가했다.
저자는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에 꽂힌 것’도 정수영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1980년 초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로 일할 때 정수영의 사생화첩 한임강명승도권과 ‘해산첩’을 접한 뒤 그 어눌한 화법에 매료됐다는 것이다. 2019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 전시 자문을 맡은 것을 계기로, 3년여간 정수영의 자취를 따라 한임강명승도권에 나온 이곳저곳을 답사한 결과물이 이 책이다.
한임강명승도권의 중심인 신륵사와 여주 지역을 시작으로 정수영의 여정을 쫓아 한탄강, 관악산, 도봉산, 임진강 일대를 둘러본 뒤 마지막으로 도권의 출발 부분인 한강 지역으로 되돌아온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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