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업계가 가장 필요로 하는 인력은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숙련 전문인력이다. 석·박사 중에서도 특정 분야의 약을 개발할 정도로 과학적 전문성이 있고, 글로벌 기업 임상팀과 협력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선 ‘축적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한국 바이오산업이 본격적으로 개화한 지 20여 년밖에 되지 않다 보니 이런 인력은 태부족이다.
바이오기업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도 인력 문제를 키우는 요인이다. 한 바이오기업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국내 의사과학자는 대략 150명인데 그중 신약 R&D 경험이 있는 사람은 소수”라며 “임상인력 몸값이 워낙 높다 보니 2년 일하고 1년 쉬는 경우가 허다하고 인력 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만 해도 연구개발직 미충원 사유로 ‘다른 회사와의 치열한 인력 확보 경쟁 때문’을 꼽은 비율은 0%였다. 하지만 2년 뒤인 2022년 조사에서는 19.2%에 달했다.
경기 판교에 있는 한 바이오텍 대표는 “융합인재가 강조되면서 바이오 데이터를 분석할 줄 아는 핵심인력이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하는 네이버나 카카오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신약 개발기업의 연구소 인력은 4~5년 전 대비 30%가량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비상장사 바이오기업 대표는 “최근 임원급 박사 인력이 상장사로 자리를 옮겼다”며 “자금줄이 말라 연봉을 올려주지 못하다 보니 핵심인력이 떠난다고 해도 붙잡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바이오 교육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이 스타트업이거나 중소기업인 바이오업계 특성상 내부 교육만으로 인재를 키워내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손지호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지원본부 상무는 “지방으로 갈수록 고급인재난이 심각하다”며 “젊은 인재들은 회사 내부 역량교육 부재로 퇴사하기도 하는 만큼 현금정책보단 이런 역량교육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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