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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중시하는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지난달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자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고성장 속 물가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웃돈 데다 1년 반 가까이 진행된 긴축으로 물가마저 둔화하면서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어서다. 미국이 역대급 긴축에도 이처럼 강한 경제 성장세를 보이는 핵심 요인으로 탄탄한 소비, 왕성한 설비투자, 빅테크의 경쟁력 등 세 가지가 꼽힌다.
○PCE, 시장 추정치보다도 낮아
미 상무부는 6월 미국 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3.0% 상승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시장 추정치(3.1%)와 전월 수치(3.8%)를 모두 밑돈 것으로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다.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해 시장 추정치에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은 4.1%로 집계됐다. 이 역시 시장 추정치(4.2%)와 전월 수치(4.6%)보다 낮다.블룸버그통신은 “물가가 여전히 Fed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지만 1년 전과 비교해서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며 “경기 침체를 야기하지 않고 Fed가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킬 수 있다는 희망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표 발표 후 다우존스, 나스닥, S&P500 등 미국 주요 지수 선물은 일제히 상승했다. 미국 물가가 둔화하면서 Fed가 9월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9월 금리 동결 확률을 80%로 전망했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4%(전기 대비 연율 기준)로 시장 예상치(1.8%)를 크게 웃돌았다. GDP 세부 항목을 뜯어보면 Fed가 유례없는 고금리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미국인의 소비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개인소비지출은 전 분기보다 1.6% 증가했다. 미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 수준인 만큼 소비 증가가 전체 경제 성장률을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22년 만에 최고 수준인 연 5.25~5.5%로 올랐는데도 소비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은 뜨거운 노동시장의 영향이 크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7월 16~22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2만1000건으로 집계됐다고 전날 밝혔다. 2월 이후 5개월 만의 최저치다. 지난달 실업률도 3.6%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2분기 민간 투자 5.7% 증가
민간 투자 부문도 두드러졌다.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11.9% 급감한 역내 총 민간 투자는 2분기에 5.7% 증가하는 극적 반전을 보였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영향 등으로 삼성전자와 TSMC, 인텔, 현대자동차 등이 대규모 투자를 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들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출이 이어지면서 정부 지출과 총투자도 2.6% 늘었다.미국 기업들의 금융 여건은 대폭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메타와 알파벳 등 빅테크의 예상을 넘어선 호실적이 주가 상승장을 이끄는 데다 채권 수익률은 하락(채권값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딜로직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 조달은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앤디 브레너 냇얼라이언스증권 글로벌채권책임자는 “Fed가 당혹스러워할 정도로 조건이 완화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채 시장의 투자 수요도 강하다. 정크본드 시장에서 신규 물량이 부족해 투자자들이 얼마 안 되는 신규 거래에 몰리고 있다. 정크본드 수익률과 국채 수익률의 격차(스프레드)는 작년 말 3.9%포인트에서 최근 0.9%포인트로 좁혀졌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신정은/김리안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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