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말고 증여해주세요"…결혼 앞둔 자녀들 '발 동동'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3-07-29 07:07   수정 2023-08-04 17:59

부모로부터 증여를 받을 경우, 현재는 5000만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됩니다. 이는 해당 증여일 전 10년 이내에 동일인으로부터 받은 모든 금액입니다만, 부부증여 공제(10년간 6억원)에 비해 너무 적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상속자산의 배분비율(1.5대 1)과 비교해서도 차이가 큽니다.

고령화시대에는 증여(상속)로 부를 축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증여는 상속에 비해 부작용이 없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도 유리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상속은 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고령화시대에는 피상속인의 연령 또한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산을 축적하는데 상속자산이 기여하는 비중은 1980년대에는 20%대였으나 2000년 들어오면서 40%대로 늘어났습니다. 이 비중이 높은 곳은 오히려 선진국입니다. 영국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고 복지천국 스웨덴도 50%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상속과 증여를 법적인 측면을 넘어 경제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려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상속재산을 둘러싼 분쟁으로 형제, 가족들이 법원을 찾는 사례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법원행정처에 의하면 상속재산분할 심판 청구는 2016년 1233건에서 2021년 2380건으로 거의 두배나 늘었습니다. 증여와는 다르게 상속은 재산분할에 대한 다툼이 큽니다. 고령화로 인해 피상속인의 연령 또한 늘어나면서 상속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고령화를 먼저 겪고 있는 일본의 경우 피상속인의 연령이 70~80대인 경우도 많습니다. 상속이 발생한 이후에도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본인의 자산규모와 상관없이 고령층의 소비는 한계가 크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상속관련 분쟁은 급증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자산이 적은 계층에서 상속분쟁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산이 1000만엔(약 1억원) 미만의 분쟁이 전체의 30%대, 1000만엔~5000만엔 이하는 40%대로 70%를 훌쩍 넘는 분쟁이 유산 5000만엔을 넘지 않습니다.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소득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자녀들이 상속에 집착하게 됐고, 이에 따라 상속 분쟁이 더욱 늘어난 겁니다. 따라서 사전에 증여를 해주는 방식은 사후의 분쟁도 없애고 소비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정부가 결혼자금에 대한 공제 금액 상한을 높여서 청년층의 세 부담을 낮추기로 했습니다.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한도를 1억5000만원, 양가 합치면 3억원까지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결혼할 때 양가에서 반반씩 모두 3억원을 받을 경우 지금은 증여세를 2000만원 내야 하지만 내년 증여분부터는 부과하지 않는 겁니다.

정부는 또 결혼 지원책으로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이내, 총 4년간 직계존속으로부터 받은 재산 가운데 1억5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용도도 제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실 결혼을 준비 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계속 늘어나는 중입니다. 결혼정보업체(듀오)의 조사결과를 보면 전국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비용은 주택을 포함해 3억3050만원(2023년)에 달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높아진 주택가격입니다. 늦은 결혼연령은 내 집 마련에 대한 부담을 더 크게 증가시킵니다. 늦게 결혼하는데 집까지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생각입니다.

사실 결혼 적령기에 이른 자녀들에게 부모들은 알음알음 지원을 많이 합니다. 증여세 신고를 해야 하지만 잘 몰라서 또는 귀찮아서 생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단, 예물, 혼수용품, 그리고 자녀가 받은 결혼식 축의금 등은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택자금, 전세자금은 증여세 과세 대상입니다. 최근 자금출처를 소명하는 자금조달계획서를 내는 경우가 많아 조심해야 합니다.

선진국에도 증여를 통해 주택을 구입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도 대출규제가 강화되자 부모의 도움으로 집을 구입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칭하는 부모은행이라는 단어 또한 유행하는 중입니다. 일본 또한 부모가 자녀에게 주택구입 자금을 증여할 때 최대 3000만엔(약 3억원)까지 비과세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인세대의 자산을 젊은 세대로 이전하여 소비와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입니다. 일본은 개인금융자산의 60%이상이 고령층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고령층이 가진 3600조원의 순자산은 사실상 고여 있는 자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증여(상속)세 공제한도를 올리면 이에 따른 세수입은 감소하지만 다른 세수입이 증가하게 됩니다. 그러면 총 세수의 감소는 크지 않고 되레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알음알음 지원한 자녀에 대한 금전 지원을 양성화시키는 의미도 크다고 봅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증여세 한도상향은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고령화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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